길을 잃었을 땐 움직이지 말라
예로부터 조난당했을 때의 주의사항으로 전해져 온 것 가운데에 '길을 잃었을 땐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구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계곡으로 내려가서는 안된다'는 말과 함께 서바이벌(생존)을 위한 전통적인 등산상식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상식화 되어 구전으로 전해져 온 말 가운데는 귀담아 들어야 할 많은 지혜가 스며 있다.
하지만 어떤 명언이라도 그것이 하나의 상식으로서 오랜 생활을 거쳐오는 동안 그 명언이 생겨난 당시의 기반에 대한 인식이 자연 흐려
지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라도 무원칙적으로 그것을 적용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다. 길을 잃었으면 움직이지 말라는 말도
역시 그런 매너리즘에 수반된 것으로, 그것만을 고수 하다가는 어떤 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 좋은 전통을 묵수(墨守)만 할 것이 아
니라, 때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전통도 아예 깨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
와 '도리어 움직이는 편이 나은 경우'의 각각 대표적인 유형을 소개하기로 한다.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
움직여선 안될 상황이란 움직이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날씨가 험한 경우등 자연 조건이 지극히 나쁜 경우이고,
둘째는 본인이 부상 당했을 때 등, 움직이면 사람에게 위험한 요소가 있을 경우이다.
이를테면 겨울산에서 심한 눈보라를 만나 후퇴하려 해도 하산루트도 알 수 없고, 온갖 방법으로 �아봤으나 아무래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에는 함부로 왔다갔다 해서는 도리어 체력을 소모하거나 눈 속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때는 행동을 잠시 중지하고, 눈
구덩이를 파거나 하면서 날씨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하겠다.
다음에는 길을 잃고 차츰차츰 험한 곳으로 들어가 마침내 움직이면 추락할 위험이 있을 경우, 이 때도 움직여서는 안된다. 일이 이 지경
에 이르면 이미 때가 너무 늦다 아뭏든 움직이지 말고 그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이르기 전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기본적으로 그런 상태가 되기까지 위험한 곳에 들어가 버린 것이 애초부터 잘못이다.
'코스를 잃어버렸다'는 핸디캡을 짊어졌을 때의 행동은 한계 일보 직전에서 보류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로 낙상이나 낙석을 맞고, 또는 눈사태에 휘말려 부상을 당했을 경우에도 분명히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골절
이나 삠으로 걷는 일 자체가 곤란한 경우 말고도, 상처가 깊고 많은 출혈이 있는 경우, 빈혈을 일으켜 잘못 움직이다가는 다시 떨어질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 사고에서는 이런 다량 출혈은 그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일이 있어 무섭다.
<움직이는 편이 나은 경우>
움직여서는 안될 경우로서 악천후의 날씨 회복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시적 대피이므로 언제나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가
날씨가 회복, 기회만 있으면 즉시 탈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 관념적으로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맹종하다 보면, 기껏 �아온
탈출 기회를 놓쳐 진짜 핀치에 몰리게 된다. 낙상 같은 부상일 경우에도 정도에 따라서는 빨리 하산,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때도 있다.
그 자리에 머무르기가 위험한 경우, 이를테면 그곳이 눈사태나 낙석의 통로이거나 강바닥에서의 강우로 인한 물 위험이 큰 경우에는 안
전지대까지 기어서라도 이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날씨도 나쁘지 않고 부상도 없다. 다만 길을 잃었다'는 현실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노력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남의 힘에 의지하려는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산이란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개인의 즐거움
이다. 결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으면, 국내의 산이라면, 날씨나 몸이 나쁘지 않다면, 대게는 일정한 방향으로 하루만
걸으면 반드시 길이나 인적을 만날 수 있고, 겨울산이 아닌 한 탈출 자체가 어려운 산은 그다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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