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눈에 덮였을 경우
여름산에서는 분명한 등산로가 있고 요쇼요소에 안내표지나 기타 표지들이 있는 코스라도 겨울이 되면 그 모든 것이 눈에 덮여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여름산처럼 안내표지나 안내서의 기록만을 믿고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어렵게 된다. 물론 겨울산일지라도
매우 강한 바람에 의해 눈이 날려가버린 능선같은 데서는 안내표지나 캐언(길표시로 쌓은 돌무더기)등이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인기 높은 산의 주등산로에는 휴일이면 앞서 오른 등산자의 발자국이 끊일 새 없이 남아있다. 이 때는 그 발자국만 따라가도 목표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겨울산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산을 체험할 때 거의
공휴일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2~3년씩이나 겨울등산의 경험을 쌓았더라도 언제나 남의 발자국만 따라 다닌 초심자에 지나
지 않은 상태다. 이런 형태의 겨울산 등산밖에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함박눈이나 눈보라로 발자국이 묻혀버린 눈발을 만나면 으례 길
을 잃고 헤매게 마련이다.
눈산일 경우라도 능선이나 좁은 골짜기 안에서는 대채로 길을 헤매는 일이 적다. 이는 지형적으로 바른 코스를 벗어나면 부자연스러
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탄한 사면이나 산림 속의 등로, 또는 능선이라도 내리막일 경우는 등성이의 분기점에서 다른 등성이로
잘못 내려가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풍설 또는 가스(안개)가 발생, 전망이 흐릴 때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평지에서는 링반데룽
(조난용어로서 폭설, 폭우, 안개등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다 보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에 빠져 능선을 타고
하산하다 보면 엉뚱한 골짜기로 내려가기 십상이다. 또 애초부터 전망이 좋지않은 산림 속에서는 바른 코스를 잡을 수 없어 본래보다
몇배나 힘드는 럿셀을 해야만 하거나 크게 우회하는 코스를 잡게 되는 일도 있다.
겨울산에서는 원래 길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인기 있는 유명 산일 경우라도 선행자의 트레일(등산로) 등은 심
한 풍설을 만나면 불과 10~20분 사이에 깨끗이 지워지는 일이 많다. 따라서 눈산을 향해 떠날 경우에는 애초부터 길은 없다고 생각
하고, 자기 스스로 코스를 정해 오르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전제 위에 서면 자신들의 퇴로는 언제나
자신들이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 겨울등산의 필수인 장비들을 가지고 다니게 된다. 빨간 테이프나 천, 리본 등을 가져가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산림의 등로에서는 나무 가지에 매달고, 산림한계를 넘어선 능선에서는 따로 준비한 시누댁(竹) 끝에 매달아
눈 속에 꼿아 놓는다. 그렇게 해서 적어도 자신들이 거쳐 온 코스를 알 수 있게 해 두는 것이다.
특히 갈림등성이에서 주능선으로 나온 곳에는 반드시 이 빨간 표지를 남겨 두도록 하지 않으면 눈바람이 있는 날 퇴각할 경우에 하산
지점을 알 수 없어 엉뚱한 쪽으로 내려가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또 이 표지에는 다른 팀의 것과 혼돈되지 않도록 자신의 그룹의 이름
이나 표시 등을 기입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해 두지 않으면 다른 팀의 표지에 이끌려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게 된
다. 기본적으로 '길'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겨울산에서는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퇴로를 항상 확보하면서 전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눈바람이나 화이트아웃(가스와 눈보라로 천지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계가 나쁜 상태)으로 링반데룽의 위험성은 오히려 넓직한
산기슭에서 더 높기 때문에, 적어도 호주머니에 빨간 리본이나 비닐테이프 정도는 넣어 두는 것이 만일을 위해 마음이 든든하다. 또
이런 표지를 남기는 방법으로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날씨가 좋을 때는 자칫 표지 간격을 멀리 잡기 쉽지만, 심한 눈보라 속에서는 10m
앞의 빨간 표지도 발견하지 못해 헤매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때를 위해 중요한 포인트에는 빨간 표지를
단 시누대를 총총하게 세워 두는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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