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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및 장거리산행 정보

황석산~거망산~금원산~기백산 종주산행

by 그린 나래 2010. 7. 15.

황석산(1,194m)~기백산(1,331m)

씨줄날줄 하늘과 맞닿은 고개 넘어 덕유의 날씨를 실어 나른다

 

   경남 함양군과 거창군은 때 묻지 않은 산이 많기로 이름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황석산,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은 억새의 정취와 겨울의 기운을 느끼면서 1박2일 종주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산이다. 용추사 입구 장수사 일주문에서 거창산악회 진종식(55세) 부회장을 만나 황석산 들머리인 유동 연촌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 오른쪽으로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고, 마으르이 작은 길을 다라가니 황석산 안내도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1분 정도만 올라가면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우물이 있다. 식수는 이 우물에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뭄으로 등산로 상에는 많은 물을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 우물 뒤쪽으로 20여분 오르니 수많은 산악회가 지나간 흔적을 남긴 표시기가 등산로를 안내한다.

 

  안의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황석산성

   가파른 길을 1시간 남짓 오르니 망월대에 도착한다. 왼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거대한 마루금이 위용을 뽐내고, 오른쪽으로는 멀리 덕유산과 무룡산이 자태를 드러낸다. 가까이는 좌청룡 우백호를 거닐 듯 황석산과 거망산이 왼편으로, 기백과 금원산이 오른편에 정렬해 있다. 취재진이 원점회귀산행을 할 코스를 눈으로 그려본다. 낙엽 밟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범상치 않게 뭔가 애절하게 절규하는 듯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다. 황석산 정상과 대슬랩 바위에서 나는 소리인가.

   황석산 정상. 커다란 화강암이 솟구친 2개의 암봉으로 형성되어 있다. 봉우리와 계곡의 지형을 이용하여 축성한 황석산성과 피바위는 이곳 안의면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정유재란(1597)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이들이 성이 무너지자 의병들과 부녀자들이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려 피로 물들인 곳이다. 황석산에서 발원한 물은 기백산 정상에서 발원한 물과 서로 만나 지우천이 되고,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농월정 계곡물과 관북마을에서 합류되어 산청의 경호강이 되어 남강으로 흘러든다.

   정상을 지나 성터 거북바위 바로 아래서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여성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거북바위를 지나고 뫼재와 1154봉을 지나면서 파란 하늘이 억새와 어우러져 거망산까지 부드러운 능선을 잇는다. 2시50분, 거망산에 닿는다.

   함양의 옛 이름은 천령이다. '하늘과 맞닿은 고개' 라는 뜻으로 그만큼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다. 거망산이라 이름 붙일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정상부에는 '암릉코스' 라는 표지판이 있고 바로 위에 '거망산(1,254m) 정상' 이라고 씌어 있다.

   그러나 30분쯤 가니 '거망산(1,184m)' 이라는 또 다른 표지석을 발견한다. 함양군에서 임의로 세운 것으로 20분쯤 오르니 또 봉우리가 있었다. 해발 1,193m. 거망산 정상은 1,254m이고 1,193m 봉우리는 제2봉이다. 샘터라고 표시는 되어 있지만 물이 말라 있는 경우가 많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거망산을 조금 지나고부터 은신치까지는 약 2시간 걸린다. 억새 평원으로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거망산 아래 용추계곡에는 장수사 조계문에서 용추폭포와 용추사, 은신폭포 등 숲과 계곡물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관광객과 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거망산과 황석산은 4.7km 거리로 같은 능선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연계운행이 바람직하다.

   4시50분, 은신치를 지난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은신암은 무학대사의 말년 수도처로 알려지고 있으며 산사의 옛길은 태조 이성계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은신암 법당 건물은 2년 전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현재는 요사채 건물만 남아있다.

   은신치에서 큰목재(살목재)까지 잡목지대를 30분 가량 가다보면 월봉산(1288m)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월봉산 뒤로 남덕유산이 우뚝 서 있고 오른쪽으로 20여분 내려서면 수망령으로 내려선다. 수망령에서 금원산을 연계시키는 등산로는 양쪽으로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수망령에서 북쪽으로 난 도로는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로 넘어가는 길이다. 늦가을 산속이라 수망령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고 있다. 황석산 유동 연촌마을에서 시작해서 수망령까지 7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정종원 기자와 비박에 들어가려다 용추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했다. 

 

   지자체의 정확하지 않은 정상 표지석 세우기

   다음날 아침 9시30분, 거창산악회 박운하(41세) 총무와 이승호(41세)씨, 그리고 회원 4명이 합류해 수망령을 출발했다. 어제는 기자와 둘이서 운행하다가 6명의 새로운 일행이 결합해 한결 분위기가 좋다. 지원조가 온 듯 반갑기 그지없다. 게다가 배낭엔 생각지도 않았던 다양한 부식들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힘이 난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라 낙엽이 발목까지 빠져든다. 1시간 정도 오르니 금원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표지석이 잘못 되었다고 거창산악회원들이 지저한다. 바로 동봉이 정상이라는 얘기다. 정상표지석과 동봉이라 표시된 곳까지는 5분 거리다. 돌탑을 쌓아 올린 동봉이 금원산(1353m) 정상이라 한번 더 강조를 한다. 정상표지석에서 동봉 좌측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면 지재미골과 현성산으로 연계되는 등산로로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유안청폭포로 이어지는 길이다. 금원산은 남덕유산에서 동쪽으로 흘러든 지맥으로 거창의 서벽이다.

   금원산은 옛날 금빛 나는 원숭이가 하도 날뛰는 바람에 마을에 피해를 줘 한 도승이 그를 잡아 가두었다고 전하는 금원암 바위를 비롯, 일암, 일봉, 한골이 전설에 묶여 있는 산이다. 이태가 쓴 <남부군>에 '기백산 북쪽 기슭 어느 무명 골짜기에 이르러 오백여명의 남부군들이 모여 남여 모두 부끄럼도 모르고 옥 같은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알몸으로 목욕하였다'는 곳이 바로 유안청계곡이다. 특히 조선조 유생들이 지방 향시를 목표로 수련했던 공부방 격인 유안청이 자리잡고 있어서 유안청폭포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일행들은 금원산과 현성산에 얽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다시 기백산으로 향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느낀 일행들이 짊어진 부식도 덜고, 즐기면서 가자고 이구동성으로 '쉬엄쉬엄'을 외친다. 금원산과 기백산 사이 헬기장에 멍석을 깔고 배낭에서 부식을 꺼내니 고알에서 치킨까지 없는 게 없다. 하늘에서 공수한 것 같은 푸짐한 성찬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산 아래의 조망 또한 성찬이니 감탄사가 이어진다.

   이곳에서 기백산까지는 4km 능선길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20여분 지나자 온양에서 온 40여명의 단체 분들을 만나면서 서로 인사를 건넨다. "반갑습니다, 수고하세요" 라는 정겨운 말이 이어진다. 인사를 나누면서 40여분쯤 지나니 시흥골로 하산하는 방향표시기가 보였다. 여기서 시흥골까지는 2.9km다.

   시흥골 갈림길을 지나 15분쯤 지나니 전망 좋은 바위 쉼터가 있고 기백산(1331m) 정상 앞에 화강암 지반을 마치 주정을 빚는 누룩더미 같이 생긴 바위들이 탑을 쌓아 올린 듯 포개진 바위봉이 있다. 속칭 누룩이라 부느는 봉우리다. 누룩덤을 지나 20분쯤 지나 오후 1시, 기백산(1331m) 정상에 닿는다.

   기백산은 거창군과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며 일명 지우산이라고도 불린다. 기백산 주위에는 지우천이 흘러 계곡을 이루고, 또한 크고 작은 암반과 소가 많아 수량도 풍부하다. 기백산으로 오르는 주요 등산코스에는 용추사와 용추계곡, 용추폭포 등이 있고 심원정 일대는 바위와 노송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크고 작은 계곡과 중간 중간 아름다운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예로부터 기백산 산정에 뜬 구름, 눈, 비, 바람은 덕유산으로 중개되어 기백산 주위 고장의 들에 날씨를 만든다. 계절의 변화를 제일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기백산 정상 억새군락지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도숫골로 하산한다. 길은 별 무리가 없이 1시간10분여 만에 내려선다. 일주문까지는 4km다.

   박2일로 황석산에서 기백산까지 종주산행, 이곳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찾더라도 늘 새롭고 흥미있는 산임에 틀림없다.

 

   *산행길잡이

   연촌마을-(2시간)-황석산-(2시간)-거망산-(2시간)-은신치-(30분)-큰목재 갈림길-(20분)-수망령-(1시간)-금원산-(1시간10분)-시흥골 갈림길-(15분)-누룩덤-(20분)-기백산-(1시간20분)-상원리

   산과 들의 고장인 거창과 함양군을 두루 조망하면서 황석산에서 시작해 거망산과 금원산을 거쳐 기백산까지 종주산행은 안의면을 기준으로 원저회귀산행을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물론 기백산을 들머리로 금원산과 거망산을 이어 황석산을 날머리로 잡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종주할 수 있다.

   겨울철 1박2일 산행으로 장비를 꼼꼼히 챙기고 시간적 여유를 가진다면 황석산 정상부의 암릉구간을 제외하곤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겨울철 눈이 내리지 않았을 경우 능선에서는 물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계곡이 끝나기 전 넉넉하게 물을 준비해야 한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산행할 경우, 빼어난 경관을 지닌 용추자연휴양림과 금원산자연휴양림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교통

   대중교통은 서울-거창은 서울남부터미널(02-521-8850)에서 08:40~23:00까지 12회 운행한다.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08:30~22:10까지 7회 운행한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안의(함양) 방면은 06:40~18:50까지 13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승용차로는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서상나들목~26번 국도(안의면 방면)~금천리~연촌마을.

 

   *잘 데와 먹을 데

   금원산자연휴양림(055-943-0340), 함양 용추자연휴양림(963-9611), 대성복집(943-5457), 돈방석식육식당(945-2567), 육삼순두부(944-6363), 수동메기매운탕(963-5536), 원조할매갈비식당(943-1351), 용추사 종점가게(962-0082).

 

   *볼거리

   함양 용추 경남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의 '함양 용추'는 국내의 수많은 용추 중에서 손꼽히는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전에는 교통이 불편했으나 근래에는 도로가 포장되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용추사 바로 아래 계곡에 숨어 있는 10여m 높이의 용추폭포가 볼 만하다.

 

   안의 화림동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계천 줄기를 따라 경남 함양군 안의면과 서하면에 걸쳐 있는 계곡이 화림동이다. 일명 안의계곡이라고도 한다. 화림동은 8담8정(여덟 못과 여덟 정자)이 손꼽혀 왔는데 현재는 농월정, 동호정, 거염정, 군자장이 남아 있다.

 

   수승대 경남 거창군 제일의 명승지인 수승대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위천면 대정리에 자리잡은 위천변의 경승지이자 국민관광지이다. 수승대 일원에는 귀연암, 요수정, 귀연서원, 관수루 등의 건물이 있다.

 

   가섭사지 문바위와 마애삼존불 상천리 점터마을 지나 지재미계곡 삼거리에서 10분 거리인 가섭사지의 문바위는 높이 20m, 폭 20m가 넘는 거대한 바위로 사람이 오를 수 없는 바위 위에 돌탑이 십여 개 있어 눈길을 끈다.

   문바위에서 북쪽의 돌계단을 따라 50여m 거리에 위치한 마애삼존불상은 자연석굴 안에 조각되어 특이하다. 보물 530호인 마애삼존불은 흘러내리는 빗물이 양쪽으로 피해서 흐르도록 조각된 고려초 불상이다.

 

   글쓴이:최정환 거창산악회장. 거창군 산악연합회장. 1963년생. 거창 지역의 산에 관한 한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거창 에델바이스점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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