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천성산(920m)
내원사~중앙능선~천성산2봉~은수고개~천성산~홍룡사 13km
'도룡농 소송'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꼬리치레 도룡농. 그냥 1급수도 아닌 산소가 많이 녹을 수 있는 솝씨 7도에서 10도 사이 초1급수에서만 살아간다는 환경부 법적 보호종이 천성산에 서식한다는 사실만으로 천성산은 하루 아침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철도공사와의 만 3년간의 다툼 끝에 '도룡농 소송'은 기각되었고 터널공사는 재개되었으며 지율스님은 오랜 시간의 단식투쟁으로 건강이 악회되었다. 그리고 2008년 원효터널은 완공된다. 기각 후 3개월, 법정 소송의 원고에서 겨우 벗어나 꼬리치레 도룡농은 지금 천성산 어디쯤 자신의 몸을 누이고 있을까. 최근 매스컴에서 살짝 모습을 감춘 그 녀석의 근황이 궁금해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9월 둘째주 금요일, 천성산에 오른다. 습지를 기웃거려본다.
천성산은 유난히도 뜨거웠던 2006년 여름을 금방이라도 잊고 싶다는 듯 빠른 속도로 녹색을 벗어던지고 누런빛 황금 옷을 입기 위해 무던히도 열심히, 가을 바람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남 양산시에 있는 천성산을 향하기 위해 취재진은 고속철도(KTX)에 몸을 싣는다. 드높은 서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건만 남부지방의 날씨는 취재진의 마음을 무겁게, 무겁게만 한다. 낮게 깔린 구름, 습기 가득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스친다.
평일이가도 하지만 여름 한철 북적였을 내원사 계곡은 가을이 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양산편-'산천조'에서는 천성산을 '고을 북쪽 20리에 있으며 혹은 천성산이라 하고 또는 소금강산이라고도 한다. 산세가 높고 험준하며 맑고 빼어나게 아름다워 천 가지 연꽃 같다'고 전한다. 또한 천성산이 품고 있는 산하동계곡, 성불암계곡, 법수계곡, 주남계곡 중 가장 으뜸으로 내원사계곡을 꼽는다.
낙락장송과 어우러진 계곡은 바위 낭떠러지로 떨어져 폭포가 되고 담과 소가 되며 넓은 암반을 하얗게 수놓고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흘러 자연의 조화가 빚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내원사계곡이다.
동행한 이는 산을 많이 올라보지 않아 걱정된다면서도 꾸물거리는 날씨 때문에 얼굴 잔뜩 찌푸린 기자와 달리 싱글벙글 얼른 산에 오르자며 서두른다.
내원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내원사계곡을 다라 오른다. 신선교를 지나 이내 내원사계곡의 고요한 깊이에 빠져든다. 내원사주차장에서 내원사까지는 약 4.5km. 차가 다닐 수 있게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오를 수 있는 내원사계곡 코스는 내원사계곡의 절경으로 등산인들에게 인기 만점의 등산코스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서는 중앙능선을 따라 천성산 2봉~1봉을 오르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1km 정도 오르면 왼쪽으로 '내원사 3.3km, 중앙능선 1.3km, 천성산 2봉 8.7km' 안내판이 있다. 하지만 '여기가 등산로 맞아?'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등산로 초입의 길이 없는 듯 가파르고 험하다. 그러나 조금만 올라서면 가파르지만 뚜렷한 족적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20분 가량 오르면 능선에 접어든다. 마치 정원에 들어선 듯 등산로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소나무와 야생화가 자리잡고 있다. 정원수같이 앙증맞고 사람의 손을 탄 듯 정돈된 느낌이다.
산책로 같은 등산로의 연속 중앙능선
고도의 높이 변화가 거의 없는 능선이 이어지지만 조망이 탁 트이고 등산로가 산책길 같이 예쁘게 형성되어 지루함 없이 집북재로 내려서는 사거리까지 갈 수 있다.
"뭐꼬 힘들꺼라드만. 별로 안 힘드네. 비가 와서 덥지도 않고 좋구만. 이런 산행이면 맨날 하겠다."
더울라치면 불어오는 계곡바람, 땀인지 비인지 구분 안될 만큼 흩날리는 빗줄기, 잘 다져진 등산로가 이어지니 동행한 이하나씨는 산행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하지만 절대 산은 예측할 수 없는 법,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파른 내리막이다. 바위를 내려서야 하지만 기존에 매달아 둔 로프도 없이 바위 곁에 있는 나무에 팔과 몸을 의지해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은 곧 급경사를 다시 올라야 한다는 산행의 법칙이 듯 된비알을 오른다. 빗줄기가 점차 굵어진다. 흙을 촉촉히 적시는 정도를 벗어나 등산로가 질퍽이기 시작해 등산화가 무겁다.
중앙능선에 들어가 1시간 정도 걷다보면 내원사와 영산대학교에서 올라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는 내원사로 내려서는 길이고 왼쪽이 영산대 방면이다.
"이 길이 맞다니께." "아녀. 여그가 무슨 공룡능선이여. 시간상으로 벌써 공룡능선은 수십번 올랐다 내려갔겠구만. 공룡능선은 텃네 텃어. 기냥 나만 따라와"
경상도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소리만 수근수근 들린다. 사거리에서 조금 더 올라서니 산행을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난 듯 비에 홀딱 젖은 전라도 아저씨 두 분이 등산로 가운데 앉아 티격태격이다.
"여그 쫌 보소. 여그가 공룡능선으로 해서 내원사 내려가는 길 맞지라?"
아니다. 공룡능선은 중앙능선과 내원사계곡 사이에 있는 성불암계곡으로 들어서야 한다. 비가 오기 시작하며 가스가 끼어 공룡능선으로 접어든다는 것이 중앙능선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비가 와 공룡능선은 오히려 위험하니 내원사계곡으로 빠지는 등산로를 알려주고 헤어진다. 전라도에서 어떤 소문을 듣고 멀리 경상도까지, 그것도 비오는 날 산행을 하게 됐는지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들도 젊은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비가지 맞으며 산행하는지 피차 궁금해 할 터.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것이지 무슨 이유가 있겠냐 싶어 궁금증을 꿀꺽 삼킨다.
사거리에서 좌우 한눈 팔지 말고 계속 직진해 올라 10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는 낙동정맥 길로 정족산 방향의 등산로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천성산 제2봉이다.
천성산은 ,4월의 진달래와 철쭉, 10,11월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현재 천성산 제2봉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원래 천성산이었으며, 현재 천성산 제1봉으로 불리는 정상은 예전 원효산이다. 하지만 양산시에서는 몇 해 전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 이정표에는 바뀐 명칭이 아닌 기존에 사용하던 명칭이 그대로 표기되어 있어 등산인들에게 혼동을 주기도 했다. 현재는 새로 이정표를 세워 바뀐 명칭이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억새와 철쭉으로 유명한 산, 천성산을 오르는데 제2봉 정상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위. 그것도 설악 암릉을 축소해 놓은 듯 거칠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이 정상 전체를 감싼다. 아마 공룡능선의 연장선이 천성산 제2봉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짙게 깔린 가스 사이로 거칠게 솟아 있는 암릉이 맑고 쾌청한 날씨보다 운치를 더하는 느낌이다.
가을 바람에 장단 맞추는 억새 군락
천성산 2봉을 내려서면 임도와 등산로가 길을 나란히 한다. 그 임도를 끼고 50분 정도 내려서면 커다란 공터와 함께 갈림길이 나온다.왼쪽은 여전히 임도며, 직진을 하면 철쭉군락지와 무지개폭포로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은수고개를 향하는 길이다. 하지만 은수고개 방향의 길이 마치 하산길과 같은 느낌이 들어 취재진은 곧바로 직진을 한다. 아뿔사! 잘못된 선택이다.
천성산은 안내판이 인색하다. 표지기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각 산악회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양하다보니 표지기도 믿을 수가 없다.
임도 끝까지 가고서야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을 알고 되돌아 은수고개로 향한다. 은수고개에서 1.8km 오르면 천성산 정상, 억새군락지 화엄벌이다.
연신 쏟아지는 빗줄기에 땅은 젖을 대로 젖어 질퍽거리다 못해 신발을 삼킬 듯 푹푹 꺼진다. 하지만 화엄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궂은 날씨도, 질퍽거린은 등산로도, 다 젖은 등산복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자욱하게 깔린 가스로 인해 드넓게 펼쳐진 억새군락지를 한눈에 바라보지는 못해도 바람에 쓸려가듯 누웠다 일어섰다 하는 억새의 부드러운 춤사위는 감탄에 감탄을 자아낸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완전 김삼순이다. 뿅하고 현빈 나타날 것 같잖아. 그거 있잖아 그거. 삼순이가 한라산에 올랐던 날. 그날도 완전 이런 날씨였잖아. 와~어디 현빈 같은 남자 안 나타나나? 그럼 완전 드라마 찍는 건데. 정말 감동 백 배다."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과 흡사한 산의 분위기에 소프라노 저리가라해도 될 듯 한껏 격앙된 목소리가 감동을 대신한다.
그러나 천성산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당연히 정상석도 대할 수 없다. 정상까지 펼쳐진 억새만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오래 전 군사지역이었던 천성산은 지뢰가 대량 깔려 있었던 곳이다. 거의 다 제거했다고 하지만 혹시나 제거하지 못한 지뢰로 사고가 생길까 출입을 제한한다. 그래서일까 길게 이어지는 철조망을 끼고 내려서는 하산 길은 스릴 만점이다. 혹시나 지뢰를 밟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발동된 탓이다.
정상에서 500m만 내려서면 화엄늪이다.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이곳 또한 출입이 금지되었다. 가스가 점점 자욱하게 내려앉아 화엄늪의 모습을 멀리서도 바라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함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아스라이 천성산 정상과 화엄벌 어귀가 사라져 간다.
하산은 홍룡사 방향으로 한다. 화엄늪의 시작 지점에 갈림길이 있는데 화엄늪을 끼고 직진하면 봉수대, 좌측 위로 올라서면 원효암, 좌측 아래로 내려서면 홍룡사 가는 길이다. 그곳에 작은 나무안내판이 있기는 하지만 산악회에서 임의적으로 설치해 둔 것이라 정확한 안내판이 절실하다.
천성산에서 홍룡사까지는 3km. 거칠다. 너덜길이 1시간 가량 이어지더니, 스틱을 제대로 짚지 않거나 나무 등을 잡지 않으면 아래로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가파른 등산로가 하산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듯 또 1시간 이어진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서야 홍룡폭포를 마주한다. 저녁 어스름에 가려진 물줄기가 희미하지만 귓속에 전해지는 소리만으로 폭포의 수직 하강의 힘이 뼛속에 스며든다. 산행 중 흐르던 땀은 금세 달아났는지 소름이 돋는다.
'탁! 탁! 탁!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 심반야바라밀다 시...'
홍룡사의 깊은 울림이 산중에 퍼진다. 지독히도 내리던 빗줄기는 스님의 차분한 저녁기도 불경과 함께 천천히 잦아든다.
*산행안내
내원사주차장-(20분)-이정표-(2시간)-사거리-(40분)-천성산2봉-(50분)-은수고개-(40분)-천성산1봉-(2시간)-홍룡사
천성산 오름길은 코스가 다양하다. 천성산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코스는 단연 내원사계곡 코스다. 내원사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게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산책하듯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내원사를 지나 계곡길을 따라 오르면 천성산 제2봉이다. 2봉에서 다시 내원사계곡을 따라 원점회귀 산행을 해도 되지만 철쭉군락지를 지나 법수원~백동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도 좋다. 천성산 제1봉을 지나 홍룡사 방향으로 내려서도 된다.
영산대학교를 들머리로 해 주남고개를 지나 천성산2봉~내원사계곡 코스로 산행할 수 있으며, 낙동정맥 구간인 정족산, 천성산 제2봉, 1봉을 종주하는 코스도 추천한다.
최근 천성산은 일출 산행 명소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새벽 5시부터 해발 800m에 있는 원효암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해 30분만 걸으면 천성산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능선을 타고 천성산2봉과 1봉을 오르는 코스는 아기자기한 등산로를 걷는 재미는 물론, 천성산 2봉을 오르기 전에는 암릉 산행의 스릴도 잠깐 만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천성산 1봉에 펼쳐진 억새 사이를 거닐 수 있는 억새산행까지 다양한 코스를 한번에 맛볼 수 있어 산행 도중 지루함이 없다. 하지만 중간에 샘이 없으므로 산행 전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며 산행 중간에 안내판이 거의 없으므로 산행 전 코스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지도와 나침반은 반드시 준비해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교통
대중교통-동서울터미널에서 양산으로 가는 버스가 1일 4회(09:00, 13:20, 17:00, 23:30(심야)) 운행한다. 5시간10분 소요, 요금은 22,800원(심야는 25,100원)이다. 양산에서 12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63번, 67번, 113번을 이용해도 된다. 1일 12회 운행한다. 용연에서 하차.
*잘 데와 먹을 데
내원사 입구에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많이 있다. VIP모텔(055-375-6256), 프린스모텔(375-1800). 양산시 명곡리에 위치하고 있는 다람쥐캠프장(385-3488)은 가족이나 단체가 이용할 수 있으며 방갈로와 온돌방 등 숙박시설은 물론 체력심신단련시설과 야외수영장, 강당 등이 있어 청소년수련장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볼거리
내원사 천성산 기슭에 위치한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현재 70여 명의 비구니가 상주 수도하는 명찰이다. 절 아래 4km 정도 뻗어있는 계곡은 소금강이라 불리울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홍룡폭포 천성산 골짜기에서 떨어지는 폭포다. 상,중,하 3단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이 떨어지며 생기는 물보라 사이로 무지개가 보이는데 그 형상이 마치 선녀가 춤을 추는 것 같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 무지개 '홍', 용 '룡' 자를 사용해 홍룡폭포라고 한다. 폭포 아래는 홍룡사가 있다.
통도환타지아 통도환타지아는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아래 위치한 부산,경남권내 최대의 테마공원이다. 30여 기종의 유희시설과 대규모 수영장, 자연호수, 이벤트 광장 및 대형야외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과 연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올 여름에는 통도아쿠아환타지아가 개장해 테마가 있는 수영장을 즐길 수 있다. www.fantasia.net 문의 055-370-8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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