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간
천왕봉~성삼재
백두대간 구간종주의 첫 구간인 지리산 천왕봉~성삼재 구간은 어찌보면 백두대간 전체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지리산 종주 경험 자체를 등산인의 자격을 논하는 하나의 잣대로 삼곤하는 경향으로 보아도 이 구간이 만만찮음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지리산 천왕봉~~성삼재는 당일 산행 구간으로서 끊어서 연결하기에는 대간 마루금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거리가 너무 길다. 그러므로 1박 2일 아니면 2박3일 시간을 내어 단번에 마치기를 권한다. 산행에만 꼬박 1박2일이나 2박3일의 시간이 든다는 의미이므로 실제로는 2박3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1박2일로 할 것이냐, 아니면 2박3일로 할 것이냐는 물론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배낭을 좀 가볍데 지고 빨리 걷는 스타일이라면 천왕봉~성삼재간 중간지점인 벽소령대피소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1박2일 산행을 시도해 본다. 어차피 긴 시간을 잡고 하는 종주이니 느긋이 걷자는 스타일이라면 세석산장과 뱀사골산장에서 각각 1박을 하고 2박3일 종주를 하도록 한다.
하지만 4끼(첫날 중식과 석식, 다음날 조식과 중식)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식량과 간단한 장비만을 챙기고 벽소령대피소에서 숙박을 예정한 1박2일 산행이 가장 권할만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다만 휴가철이나 연휴에는 각 산장마다 초만원이므로 만약을 대비한 침낭 정도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천왕봉에서 성삼재까지 지리산 주릉에는 길이 잘 나 있고 곳곳에 안내판이 서있다. 거리는 측정한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대개 도상거리 약 30km에 실거리 50km쯤으로 잡는다.
제1 소구간
중산리~천왕봉~장터목~세석~벽소령
그럼, 백두대간 구간종주의 제1보는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물론 백두대간의 남쪽 끝인 지리산 천왕봉까지 최단시간내에 오를 수 있는 곳인 천왕봉 남쪽,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를 출발점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중산리 버스종점에서 찻길을 따라 30분쯤 가면 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5분 거리인 두류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의 게곡길로 접어들어 40분쯤 가면 칼로 자른 듯한 칼바위가 나타나고, 이어 길이 갈라진다. 이곳에서 왼쪽은 장터목산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천왕봉 직선코스인 법계사 길이다.
천왕봉에 이르는 3km의 길은 언제나 힘겨운 급경사 돌밭 길이다. 가파른 길이 끝나면 앞이 툭 터진 정상 직전의 안부가 나오고,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검은 바위지대를 이룬 천왕봉 정상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라는 글씨가 새겨진 오이처럼 길쭉하고 둥그스름한 모양의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중산리 버스종점에서 4시간 거리).
정상 암봉을 떠나 바위굴인 통천문을 지난 뒤 완만한 능선길을 20여분 진행하면 하얀 고사목이 지키고 선 제석봉이다. 여기서 등산로들이 많이 얽혀 있어 안개가 끼면 자칫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고사목 보호책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장터목산장에 이른다(정상에서 1시간 거리).
장터목산장은 수십 명이 잘 수 있는, 2단 침상구조의 산장이지만 늘 천왕봉 정상을 오르기 위한 등산인들로 북적댄다. 산장을 뒤로 하고 완만한 산봉인 연하봉을 오르면 얼레지가 지천인 초원에 이른다. 여름이면 온통 보라색 꽃밭을 이룬다.
바위가 많고 가파른 촛대봉에서는 발 아래로 세석산장과 '잔돌평원'의 철쭉군락이 한눈에 펼쳐진다. 수로처럼 깊게 패인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깨끗한 통나무집인 세석산장에 이른다(장터목산장에서 2시간 거리).
세석에서 1시간 남짓 운행해 이르는 칠선봉은 험한 암봉으로, 철구조물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간다. 큰 바위들과 울창한 원시림속으로 넓고 뚜럿한 길이 이어져 있고, 국립공원 제1호답게 이정표도 잘되어 있어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즐기며 산행할 수 있다.
덕평봉 왼쪽으로 내려서면 맑은 물이 솟는 선비샘이다.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갖는다. 신분갈등으로 한을 품은 천민을 위로하기 위해 그 이름이 지어졌다는 선비샘은 항상 풍부한 수량으로 지나는 등산인들의 수통을 가득 채워준다. 제법 넓은 막영지는 주위에 산장이나 관리소가 없어서 그런지 약간 지저분하다.
덕평봉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비포장도로는 이른바 '구벽소령' 이고, 벽소령대피소가 선 신벽소령까지는 능선 남쪽으로 난 찻길을 따라 1km 남짓 걸으면 된다. 산장 왼쪽으로 수량이 좋은 샘과 넓은 막영지도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막영 금지 지역이다(세석에서 3시간 거리).
이 천왕봉~벽소령구간은 걷는 시간만 꼬박 10시간쯤 걸리므로 새벽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연중 해가 가장 긴 때인 6월 전후가 다소 무리한 산행이 가능한 시기다.
2소구간 지도(자세한 지도를 보려면 지도를 클릭)
벽소령에서 크고 작은 바위를 돌며 이어진 길을 따르면 암봉인 형제봉에 오른다. 경사진 길에 작은 자갈들이 깔려 연신 발이 미끄러진다. 지리산 주릉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형제봉에서도 예외없이 앞뒤의 천왕봉과 반야봉 전망이 아주 멋지다.
형제봉에서 1km 가면 삼각봉. 여기서 능선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가로질러 길이 이어진다. 키가 큰 수목지대를 지나면 습기 머금은 땅에 산림보호용 목책이 박혀 있는 연하천산장에 이른다(벽소령에서 2시간 거리).
인심좋은 산장관리인이 건넨 한 잔의 커피는 한창인 진달래와 더불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연하천산장에서 명선봉을 오르는 길은 토사유출울 막기 위해 등산로에 깔아놓은 비늘처럼 생긴 플라스틱 보조물 때문에 진행이 까다롭다.
명선봉을 올라선 뒤 크고 작은 봉우리를 1시간쯤 지나면 가파른 토끼봉이 보인다. 중간에 총각샘이란 샘터가 있으나 물이 잘 솟지 않아서인지 거의 메워져 버린 상태다.
토끼봉을 넘어 가파른 등산로를 20여분 달려 내려오면 오른쪽 뱀사골로 샛길이 난 화개재에 닿는다. 고개에서 잠깐만 내려가면 작고 아늑한 뱀사골산장이다(연하천에서 3시간 거리).
재 넘어가는 바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내려왔던 고도만큼의 높이를 채우기위해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훔치며 삼도봉을 오른다. 경상나도와 전라남.북도의 경계가 만나는 봉이다. 삼도봉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불무장등 능선 초입엔 '등산로 아님' 표지판이 지키고 섰다.
양호한 등산로를 따라 서진하면 오른쪽으로 반야봉 방향임을 가리키는 이정표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반야봉의 아름다운 두 봉우리가 보인다. 반야봉을 오른쪽으로 두고 100도 정도 왼쪽으로 크게 꺾으면 완만한 능선의 날나리봉과 임걸령, 돼지령에 이르는 진달래 터널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리산은 동부보다 서부쪽이 진달래가 더 많다.
임걸령을 지나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면 노고단이다. 노고단 정상은 통제지역. 표지석에서 왼쪽의 잘 정비된 돌길을 따라 내려가면 넓게 조성된 막영지와 노고단산장이 있다(화개재에서 2시간30분 거리).
노고단산장에서 종석대로 갈 때는 고도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도정치를 정확히 하고 등산로 입구의 백두대간 표식기를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 종석대까지는 억새군락을 이룬 평지에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종석대 서쪽 약 300m 지점에서 지리산 주능선은 북쪽을 향한다. 동쪽은 완만하고 서쪽은 급사면을 이루는 능선이 성삼재에 내려서기까지 계속된다. 왼쪽 아래에 꼬불꼬불 이어진 도로가 보이다가 주릉과 만난다. 이곳이 성삼재(노고단에서 1시간 30분 거리). 큰 건물의 휴게소와 오가는 수많은 차량을 보니 일순간 우리가 선 곳이 물을 가르고 사람들 삶의 방법까지도 다르게 만드는 대간의 주릉인지를 의심케 한다.
벽소령~성삼재 구간은 주능선 위만 걷는 산행이므로 첫 구간에 비해 걷는 속도가 빠르고 힘도 덜 든다. 하지만 역시 거리가 길어서 걷는 시간만 9시간쯤 잡아야 하므로 아침 일찍 벽소령을 출발하도록 한다.
중간 탈출로
세석고원에서 소구간을 끊을 경우 북쪽은 한신주곡~백무동계곡 코스로, 남쪽은 거림으로 하산한다. 하산에 걷는 시간만 3시간, 쉬는 시간을 합치면 4시간쯤 걸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뱀사골산장에서 하루를 끊을 경우는 북쪽 뱀사골로 하산이 가장 빠르고 등산로도 확실하다. 북부관리사무소까지 뱀사골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적어도 4시간쯤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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