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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여행 정보

겨울산 막영요령

by 그린 나래 2009. 8. 31.
겨울 산에서의 막영은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낭만적이다. 하얀 눈밭 위에 동화 속 오두막 같은 집을 짓고, 눈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거나 혹은 눈 덮인 설봉과 설릉이 곳곳에 솟아 설국을 이룬 멋진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겨울 산이 꿈 같은 추억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살을 파고드는 강추위와 강풍 그리고 느닷없이 퍼붓는 폭설은 다시는 겨울 산을 찾지 않겠다 결심하게 할 만큼 악몽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지형 파악을 제대로 못한 채 텐트를 치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곯아떨어진 상태에서 폭설이 쏟아진다면 눈사태 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산행에 나서기에 앞서 현지 상황 파악에 충실하고 상황에 맞는 장비를 준비해야 하며, 막영지를 선택한 다음에도 강풍과 폭설 등 악천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 해가 뉘엿거리는 겨울 설릉에서 막영을 준비하는 등산인들.

사전 정보 충실…적설량과 눈길 개설 여부·일기예보

출발에 앞서 산행 기간 동안의 현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막영 대상지에 대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겨울 산은 적설량에 따라 모든 준비와 일정이 달라진다.

무겁고 부피가 큰 막영 장비를 짊어진 상태에서는 산행 속도가 가벼운 배낭 차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눈이 깊고 길이 나 있지 않다면 평소에 비해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일이 허다하다. 따라서 예상 막영지 외에도 하룻밤 지낼 수 있는 야영지가 있는지 경험자나 지형도 판독을 통해 확인해두도록 한다.

야영지 부근에 식수를 구할 만한 샘이나 계곡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샘의 경우 동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식수를 구할 수 있다면 굳이 무거운 물을 짊어지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식단은 물 적게 들어가는 메뉴로

한겨울 야영 식단은 아무래도 물이 적게 들어가고 가벼운 메뉴로 짜는 게 바람직하다. 물에 담가 끓이거나 물을 부어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이나 즉석국도 그 중 하나다. 김이나 멸치 같은 마른반찬으로 해결한다면 무게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즉석국·찌개나 미트볼처럼 간편한 즉석조리식품도 권할 만하다. 비빔밥 등 다양한 내용물로 나오는 이지밥(www.easybab.co.kr) 역시 즉석조리식품 중 하나다. 아침이나 점심 한 끼를 빵과 수프로 해결한다면 역시 짐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고유 음식으로는 물이 필요하지만 떡국이 인기다.

굳이 찌개나 국을 끓여 먹어야 한다면 야채는 미리 깨끗이 씻고 딱 먹을 양만 지퍼백 같은 데 담아 가도록 하고 장과 양념류 역시 딱 필요한 만큼만 준비해 쓸데없이 짐이 무거워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찌개나 국 세트를 가져간다면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텐트 안에 들어서면 즐거워진다.

장비 챙기기…기온에 따라 장비 크게 달라져

적설량과 추위에 따라 막영 장비는 크게 차이가 난다. 한겨울이라도 산 안의 기온이 따뜻하다면 텐트에 침낭 정도로 막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강추위 속이라면 우모복 한 벌 정도는 반드시 더 챙겨야 한다. 캠핑용 우모 버선이 있더라도 양말은 산행 일수에 비해 한 켤레 정도 더 가져가 텐트 안에서 신도록 한다.

매트리스는 필수다. 골판형보다 에어매트리스가 단열 효과가 크다. 매트리스 밑에 은박매트 같은 습기 방지용 매트를 깔아준다면 눈이나 얼어붙은 땅이 녹아 침낭에 습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매트는 가볍고 얇은 것으로 준비하도록 한다.

텐트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쾌적한 막영을 위해서는 공간이 널찍한 텐트가 좋겠지만 무게와 부피 때문에 휴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벼우면서도 단열·방풍 효과가 큰 텐트를 선택하도록 한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지형에서는 높이가 낮은 텐트를 써야 한다.

한겨울에는 기온에 화력이 좌우되지 않는 휘발유 버너를 사용하는 게 좋다. 가스버너라면 프로판 함유량이 높은 동계용 가스를 준비한다. 코펠은 눈을 녹일 생각이라면 인원에 비해 용량이 큰 규격을 준비하고, 텐트 안에서 취사할 경우에 대비해 취사용 깔개도 준비하도록 한다. 없을 경우 신문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텐트 생활에서 랜턴은 필수다. 개인용 헤드랜턴으로도 해결할 수 있지만 텐트에서 편히 지내려면 역시 캠핑용 랜턴이 좋다. 가스 랜턴이 일반적이지만 좁은 텐트 안에서 지내다 뜨거운 랜턴 유리에 닿아 우모복처럼 겉감이 약하면서도 값비싼 의류를 태울 위험이 높으므로 건전지용 랜턴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할 듯싶다
장소 설정…눈사태·바람 피할 수 있어야

텐트를 치려면 우선 평탄하면서도 바람을 피할 만한 장소가 필요하다. 얼어붙은 땅바닥보다는 두텁게 눈이 쌓인 곳이 오히려 냉기가 덜 올라온다. 텐트 안에 있더라도 체감온도는 바람이 세질수록 떨어진다. 계곡의 경우 바람골을 피하도록 하고, 능선의 경우 바람이 몰아치는 등날에서 약간 내려선 위치가 좋다.

눈사태 위험 지역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눈사태 사고 다발지역인 설악산 죽음의 계곡이나 토왕골 같은 곳은 계곡 상단이 슬로프나 협곡을 이루고 있어 엄청난 양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따라서 급사면 기슭이나 협곡 같은 곳은 야영지로서는 피해야 한다.

▲ 1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동결건조식품과 휴대하기 편리한 김치캔과 육포. 2 골판 매트리스와 에어 매트리스. 3 텐트를 설치한 다음에는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는 식량은 모두 텐트 안에 집어넣는 게 좋다.

바닥 다지기…여럿이 하면 수월

마른 겨울이 아니라면 막영하기 적당한 곳은 바람에 날린 눈이 많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눈밭은 매트리스를 깔더라도 무겁고 체온이 따뜻한 사람이 앉거나 드러누우면 주저앉거나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텐트를 세우기에 앞서 눈밭이 평평하면서도 가벼운 충격에 푹푹 꺼져들지 않도록 잘 다져야 한다.

눈밭을 다질 때는 우선 주변의 눈을 끌어모아 평탄하게 한 다음 발로 밟아 다지도록 한다. 눈삽이 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눈을 펼칠 수 있다. 여럿이서 어깨동무한 채 이리저리 오가거나 빙글빙글 돌면서 눈을 다지면 훨씬 효과적이고 덜 피로하다.

강풍에 대비해 눈블록 쌓기

본체를 치고 덮어씌운 플라이 하단이 땅에 닿을 정도로 당겨 친다 하더라도 바람이 불면 펄럭이기 마련이다. 더욱이 바싹 잡아당긴 플라이를 힘을 제대로 받지 않는 눈밭에 길이가 짤막한 팩으로 꽂아 고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플라이 가장자리를 돌로 눌러놓거나 무거운 눈을 덮을 경우가 많다. 플라이 가장자리 끝을 눌러준 다음 눈톱이나 칼을 이용해 눈 벽돌을 만들어 텐트 주변을 빙 둘러쌓으면 바람에 텐트 플라이가 펄럭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온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돌멩이나 눈덩이로 눌러놓은 플라이를 이튿날 걷을 때에는 살살 털어내도록 한다. 한밤에 습기를 먹은 채 얼어붙은 플라이는 조금만 힘을 줘도 찢어질 위험이 있다.

▲ 1 동절기에는 휘발유 버너가 효율이 높다. 2 설동에서 취사 중인 등산인들. 3 먹을거리는 미리 손질해서 가져가야 무게와 물을 줄일 수 있다.

웬만한 식량·장비는 텐트 안에 넣는다

텐트를 완성한 다음에는 얼어붙을 수 있는 모든 식량과 장비를 집어넣도록 한다. 물이나 과일 같은 것은 밖에 내놓으면 이튿날 아침 돌덩이처럼 얼어붙어 먹을 수 없게 된다. 배낭도 마찬가지. 눈을 완전히 털어낸 다음 텐트 안 발이나 머리 쪽에 두른다면 추위와 바람을 막을 수 있고, 하체 부위에 깔면 매트리스 대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등산화 역시 텐트 안에 넣도록 한다. 눈이 녹아들어 얼어붙은 등산화의 경우 비닐로 감싼 다음 침낭 안에 넣고 자고 일어난다면 마르지는 않더라도 부드럽게 녹아 있어 신는 데 불편함은 피할 수 있다. 스패츠 역시 마찬가지다. 스패츠를 밖에 내놓으면 이튿날 지퍼가 얼어붙어 사용하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 눈을 털어내고 비닐에 집어넣은 다음 텐트 안에 넣어두도록 한다.

텐트나 옷을 찢거나 몸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는 피켈, 아이젠, 눈삽, 폴 같은 장비들은 텐트 본체와 플라이 사이에 넣어두도록 한다. 밖에 내놓았다가 한밤중 내린 눈에 묻혀 찾기 어려울 수도 있고, 눈이 얼어붙어 사용하는 데 한동안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정돈이 잘될수록 안락하다

텐트 안은 정돈이 잘될수록 같은 공간이라도 쾌적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젖은 장갑이나 양말 같은 것은 취사 중 텐트 위쪽에 묶어놓은 빨랫줄 같은 것에 걸어두면 어느 정도 말릴 수 있다.

텐트를 치고 장비를 정리정돈한 다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물을 끓이는 등의 취사 행위일 것이다. 이때 한가운데 취사용 매트를 깔면 음식물이 쏟아져 매트리스나 침낭이 젖는 일이 없을 것이다. 취사용 매트가 없다면 사전에 준비해온 신문지 같은 것을 깔도록 한다.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할 경우, 커다란 비닐봉투나 서브색 같은 데 깨끗한 눈을 퍼 담아 텐트 문 입구에 놔둔다. 눈을 코펠에 퍼 담을 때는 텐트 밖에서 하는 게 텐트 바닥을 덜 젖어들게 한다. 쓰레기봉투도 입구에 마련해놓아 젖거나 지저분한 것은 바로바로 집어넣도록 한다.

겨울 산 막영의 추억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

야영 후 뒷마무리도 중요하다.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물 같은 것을 눈 위에 흘려놓아 다른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과 찌개를 만들 때 물을 인원수에 비해 빠듯하게 잡도록 하고, 남은 국물이나 찌꺼기는 휴지나 키친타올 등을 이용해 닦아낸 다음 쓰레기봉투에 담아 가지고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간혹 산짐승이나 산새들이 먹을 수 있다며 음식 찌꺼기를 눈 위에 올려놓는 등산인들이 있으나 물을 먹은 음식물은 밖에 내놓자마자 꽁꽁 얼어붙어 동물들도 먹기 힘든 상태가 되고 결국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결과가 되고 만다.

하얀 눈 덕분에 얻은 겨울 산 막영의 추억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면 텐트를 쳤던 자리 외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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