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산과 하나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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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뜻이 자연과의 교감과 영육의 단련에 있다고 한다면, 여럿이 몰려갈 때보다 혼자 오를 때 한층
더 깊게 그 본래의 의미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룹산행을 하다가 나중에 단독산행파로 나서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인 만큼 한결 위험하고 까다로운 것이 또한 단독산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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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니다 보면 무리와 동떨어져서 홀로 산행을 즐기는 단독산행(單獨山行)의 매니아들이 더러 있음을
발견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독산행이란 집 뒷산을 오르는 새벽의 조기산행이나 건강, 스트레스의 해소를
위해 별다른 생각없이 도시 근교의 산을 산보삼아 걷는 산행, 혹은 산에는 가고싶지만 동료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산행을 하게되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 적어도 산에서 홀로 하룻밤 이상을 지내는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산행이다. 이렇게 자신의 산행방식에 대해 뚜렷한 신념을 지닌 등산가들은 그 자유
스러움과 순수함을 들어 단독산행이야말로 산생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가장 멋진 등산 방식이라고
예찬한다.
그러나 공동산행의 방식에 익숙한 대부분의 등산가들에게 있어서 단독산행이란 간혹 그것이 낭만적이고
유유자적하게 보일지라도 뭔가 유별나고 부자연스럽게 여겨지기 마련이다.공동산행을 통해서 통상 얻게
되는 유쾌하고 건강한 산생활의 이점이 거기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홀로 무거운 베낭을 지고 묵묵히 산을 오르다가 계곡 어느 후미진 구석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사람에겐 삼삼오오 짝을지어 주고받는 대화의 즐거움도 없고, 일시적이나마 산이라는 환경이 빚어내는
톡특한 공동체적 삶을 통해서 다져지는 서로간의 친밀한 유대감도 있을리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부산한 움직임이 전혀 없는 불꺼진 텐트는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을씨년스럽고, 돌맹이 사이에 몇
가지 음식을 늘어 놓고 혼자 식사하는 모습은 유유자적은 커녕 쓸쓸하고 청승맞기조차하다.더구나 동료
가 있었더라면 능히 대처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여 부상을 입거나 조난을 당하는 소식을 접
할 때면 단독산행이란 무모하고 괴팍한 사람들의 산행 방식이라고 비난할 만도 하고, 적어도 파트너가
있는 두 사람의 산행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위의 일상적인 시선과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산행의 예찬자들은 불현듯 홀로 산
을 찿아가 자유분방하게 산에서의 삶을 즐기다가 다른 사람과 나눌수 없는 혼자만의 기쁨을 안고 다시
도시의 삶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여기에는 마치 임어당(林語堂)이 다도(茶道)의 품격을 논할 때, 최고의
경지라고 극찬한 이속(離俗)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는 혼자 차를 마시는 것을 '이속'으로, 둘이서
마시는 것을 '한가'(閑暇), 셋 넷 혹은 그 이상을 '유쾌', '저속', '잡다'로 일컬으며 사람이 많을수록 흥취
가 손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누리는 혼자만의 즐거움, 공동산행을 통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다고 말하는 지극한 기쁨
이란 무엇일까 ? 홀로 산길을 걸으며 만나고,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
산이 지니고 있는 그 무엇이 본성적으로 소외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인간으로 하여금 홀로 그 품
으로 찿아들게 하는가? 산행을 마친 후 어떤 감정을 지니고 아랫세상으로 내려오는 것일까? 그것이 우리
의 현실적인 삶에 가져다주는 은혜로움이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뚜렷한 해답과 정의가 없는 것같다. 이들은 공동산행의 번잡함과 소란스러움 그리고 여럿과
더불은 산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따르기마련인 규칙과 속박감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단독산행을 통해 맛보았던 체험이나 내용은 각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여러 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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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산행은 말그대로 개인적인 산행이다.
따라서 공유할 수 없는 고유한 각자의 삶만큼 그가 산에서 본 조망(眺望)도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어찌보면 단독산행의 동기, 목적, 순수체험 등은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유사성만 있을 뿐 애당초 몇마디
말로써 그 본질을 표현하기가 불가능할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다만 단독산행 신봉자들의 개별적인 경우를 듣고 음미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일반론이 있다 할지라도 그 대부분은 개인적인 체험의 반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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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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