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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올레길 지도

서울 시계(市界)종주 (9·10구간)

by 그린 나래 2011. 3. 5.

[서울시계(市界)종주 9·10구간] 197.3㎞ 종주 마쳐…산·고개·성곽·하천과 문화유적 두루 살펴
한성 백제의 혼 서린 ‘위례’
선사 주거유적지 거쳐 ‘끝’

인류는 문명을 시작하면서 성(城)을 쌓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엔 유달리 산성이 많다. 전국적으로 약 1500여 개 된다고 한다. 성은 일종의 요새 성격을 띠고 있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였다. 성곽의 범위는 국가권력 크기의 상징이었고, 넓고 길수록 강력한 왕권을 뜻했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은 크고 작은 성들이 많다. 주변에 산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아 왔기 때문에 점령국마다 성을 쌓은 결과다. 백제·고구려·신라는 서울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그때마다 방어진지를 구축할 목적으로 성을 쌓았다.


▲ 갈대숲이 우거진 한강 광나루 유원지 생태경관보전지역 옆으로 서울시계종주팀이 걷고 있다. 배경에 있는 산이 아차산이고 그 아래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산성과 도성·읍성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유사시를 대비한 방어체제 구축에 있다. 산성은 험준하거나 높은 곳에서 적의 침입을 막을 목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평지성과 산성으로 이루어진 도시 구조는 도성을 보호하거나 왕을 비롯한 지배집단의 피란을 위한 군사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원칙은 우리나라 성곽구조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나타난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이 원칙이 계승됐다.


기원전 서울에 도성을 정한 한성 백제는 위례성으로 추정되는 풍납리토성을 쌓았고, 방어성곽인 몽촌리토성으로 한성 외곽을 보호했다. 한강변을 따라 축성된 옥수동 토성, 구리시 수석리토성, 삼성동토성, 양천고성, 대모산성, 암사동토성, 하남시 구산토성 등이 풍납리토성의 외곽을 방어하는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 유역과 임진강 유역은 삼국이 통일을 위해 서로 각축을 벌였던 전쟁터였다. 서울지역 한강권에는 아차산 고구려 보루성, 아차산성, 장한성, 대모산성, 호암산성, 행주산성 등을 축조하고 삼국이 서로 대치했다. 임진강권에는 칠중성, 호로고루성, 대전리산성, 반월산성, 고모리산성, 고성산보루, 은대리성, 당포성, 아미성, 수철성, 오두산성, 계양산성 등이 축조되었다.


고려시대엔 성곽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지만 고려 말 왜구의 침략에 대비한 피란지로 삼각산에 중흥산성을 쌓고, 고려 태조의 재궁(梓宮)을 옮겨오기도 했다. 물론 왕이 몽골의 침입을 피해 40여 년간 기거한 강화도에는 고려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엔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서울성곽이 축조되어 왕도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갖췄다. 탕춘대성과 북한산성이 잇달아 축조되면서 한강 너머 남한산성과 함께 피란처를 다원화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산성들은 외침이 있을 때 일부 이용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행주산성과 양천고성, 호암산성 등은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을 비롯하여 한양 탈환의 주요 기지로 활용됐다.


서울시계종주 9·10구간은 한성 백제의 흔적이 서린 위례성과 남한산성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유서 깊으며 시계종주를 처음 시작했던 아차산을 마주 보며 걸어간다. 서울시계종주 10구간을 통해 총체적인 서울의 연혁과 역사, 서울에 있는 강과 산, 하천에 대해 나름 살펴봤다.


▲ 노송과 각종 야생화가 어울린 범바위산 마지막 자락에서 아름다운 야생화 모습을 담고 있다.

[  9구간   ]


트럭터미널~옥녀봉~494.8봉~옛골~세정이마을~인릉산~범바위산~세곡사거리~복정역~장지역 18.7㎞


이번 구간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트럭터미널 앞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양재역에서 오전 10시에 모인 회원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이리저리 이동했다. 이구 대장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왔다갔다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다른 회원이 “산에서는 방향을 잘 인도하더니, 평지에서는 길을 잘 모르구먼, 역시 산 전문가야”라고 농담을 했다. 한바탕 웃으며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서 내렸다.


트럭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밤나무골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 200m 거리다. 트럭터미널 주변은 공사를 하느라 산만했다. 겨우 길을 찾아 서울시계인 청계산 밤나무골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엔 ‘청계산등산로 안내’라는 이정표가 길을 가리키고 있다.


청계산은 서울과 성남, 과천, 의왕을 가르는 경계다. 1899년에 간행된 <과천읍지> 산천조에 따르면‘청계산은 군 동남으로 8리에 있는데, 일명 청룡산이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옛날 푸른 용이 산허리를 뚫고 나와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했다고 해서 청룡산이라는 것이다.


또한 풍수에서는 관악산을 바위가 많고 거칠어 남성의 산이며 백호의 산이라 부르는 반면, 마주 보는 청계산은 골이 깊어 여성의 산이며 좌청룡에 해당한다 해서 청룡산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청계산 유래의 또 다른 설은 이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맑아 청계(淸溪)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러한 내를 지닌 산이라 해서 청계산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몇 가지 유래가 다 그럴듯하다.


청계산은 계곡물이 맑아 이름 붙었다는 설도
청계산의 주봉은 망경대다. 이는 고려가 망한 뒤 조선 개국공신인 조준의 아우 조윤이 청계산 정상에 올라 송도를 바라보며 세월의 허망을 달랬다고 해서 망경대로 붙여진 것으로 전한다. <과천읍지>는 ‘망경대는 또한 주위의 삼라만상 경치를 다 볼 수 있다고 해서 만경대라고도 한다’라고 적고 있다. 


청계산 기슭의 토양은 사질토양으로 밤나무가 잘 자란다. 과천의 옛 이름이 율목현(栗木縣)인데, 이는 밤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시계인 청계산 들머리도 밤나무골이다. 한때 밤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지금도 언뜻언뜻 눈에 띈다. 밤나무뿐만 아니라 초목과 관목, 교목 등 모든 나무가 우거져 어느 산보다 훌륭한 숲을 보여준다. 이제 나무들은 신록을 넘어 녹음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등산길 따라 보이는 나무들은 푸름이 넘친다.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 모두 푸르게 만든다.


푸른 등산로는 계속된다. 조금 가파르면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등산객들이 올라가기 수월케 했다. 우거진 숲은 새를 부른다. 숲을 찾은 새들은 아름다운 노래로 보답한다. 자연의 순환이치이고, 공생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나무들이 다양한 높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듯이 새소리도 각양각색이다.


여기저기서 검은등뻐꾸기가 운다. 4음절의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들린다. 시인 박남준씨를 예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는 검은등뻐꾸기 우는 소리가 왜 그리도 처량하게 들리는지 마치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어~흐흐흐~”라며 가엾게 여기는 것 같더라고 했다. 갑자기 자기 인생이 서럽게 느껴져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고 한다. ‘내 삶이 얼마나 비참했으면 저 새까지 나를 비웃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나중에 시인으로서 명성을 얻어 여기저기 강연 가서 “그 새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고 청중에게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홀·딱·벗·고~, 홀·딱·벗·고~”로 들리더라고 했다. 가깝게 지내는 스님에게 다시 물었다. 그 스님은 “빡·빡·깎·고~, 빡·빡·깎·고~”로 들리더라는 거였다.


어느 소리가 맞는지 아무도 모르고 정답은 없다. 전문가들은 “미·레·레·도~, 미·레·레·도~”로 들린다고 한다. 조그만 새소리가 시사하는 바가 많지만 지금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이 어떻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리 들린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 같다. 여름날 우거진 숲 속의 시원한 그늘에 있으면 이 새의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 1. 서울시계종주팀 중 한 명이 천마산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마주 보는 산이 남한산성 자락인 금암산. 2.외곽순환도로 방음벽 옆에 조성한 은행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종주팀이 걸어가고 있다. 방음을 위해 심은 나무들이 오히려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3. 종주팀이 나무들이 우거진 청계산 옛골로 내려오고 있다. 4.강동구에서 조성한 강동그린웨이는 서울시에서 가장 걷기 좋은 구로 선정될 만큼 잘 단장된 길이다. 강동그린웨이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인릉산은 순조의 능인 인릉의 조산
해발 375m 옥녀봉에 도착했다.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여 옥녀봉이라 붙였다’고 한다. 예쁜지 어쩐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다시 일행을 찾아 나섰다. 옥녀봉은 잘 모르겠지만 ‘등산로는 참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일인데도 유달리 여성들이 많았다. 물론 주말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여성이 찾는 산이 청계산이라고 익히 들었지만 지금 보니 평일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주능선 따라 일송정쉼터, 떡갈나무 군락지, 참나리 군락지 등을 거쳐 매봉 조금 못미처 헬기장에 도착했다. 벤치도 마련돼 있어 잠시 휴식이다. 동행하는 54년생 아주머니들을 힐끗 쳐다봤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매주 한 번 이상씩 등산하는 사람들이다. 서울시계종주만 하더라도 한 달에 두 번씩, 한 번 걸을 때마다 20㎞ 내외를 거뜬히 걷는다. 물론 그중에 올해 65세인 전윤정 대장은 그보다 훨씬 더 한 분이지만. 


서울시계는 헬기장에서 정상 가는 방향인 매봉으로 가지 않고, 왼쪽 옛골 방향으로 돌렸다. 내려가는 등산로도 우거진 숲 속이기는 마찬가지다. 청계산이 높지는 않지만 여성의 산이라는 기록대로 깊은 계곡과 숲이 있고, 곳곳에 물이 넘친다. 여성의 산은 대개 육산이면서 물을 오래 머금어, 사람들이 필요할 때 조금씩 내놓는 특징을 지닌다. 청계산이 그런 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옛골 입구로 내려왔다. 주변은 온통 밭들이다. 감자와 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 길가엔 하얀 아카시아꽃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상쾌한 냄새다.
바로 앞엔 경부고속도로가 지난다. 그 밑 지하보도를 건너 새정이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엔 커다란 비석이 방문객을 반긴다. 새정이마을을 가로질러 인릉산 자락으로 진입한다.


인릉산이 서초구 내곡동과 성남시의 경계를 이룬다. <대동여지도>에 인릉산이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천림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인릉산은 산 북쪽에 위치한 순조의 능인 인릉의 조산(朝山)이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명이 원래의 산 이름을 바꾼 격이다.


인릉산으로 접어들자 성남시계 이정표가 자주 보인다. 성남시 이름으로 돼 있다. 성남시계가 바로 서울시계와 똑같기 때문에 이 길을 따라가면 된다. 산 밑으로 내곡터널이 뚫려 있다. 지금 터널 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계는 이정표가 일정거리마다 안내하고 있어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가리킨다. 


신구대학 식물원도 시계종주길에 있다. 그 식물원 뒷길 등산로로 올라간다. 식물원은 철망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다시 등산로를 따라간다.


이번엔 조금 딱딱한 철조망이 나온다. 아까는 식물원이었지만 지금은 군부대다. 철조망의 차이는 식물원과 군부대의 차이다. 그 철조망 중간의 열린 문을 통과해 인릉산 정상으로 향했다. 조그만 헬기장이 나오는 동시에 확 트인 정상에 도착했다. 모두 휴식이다. 정상은 확 트였지만 주변엔 나무들이 우거져 시내는 조망할 수 없었다.


약 600m 남짓 더 가면 전망대가 있다. 거기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다. 저 멀리 북한산 인수봉과 중간쯤엔 여의도 쌍둥이 빌딩, 가까이는 내곡IC까지 한눈에 조망됐다.


세곡동 방향으로 하산길은 붓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등 각종 야생화와 수백 년은 족히 된 듯한 노송들이 길을 수놓았다. 노송은 금빛을 띤 금강송으로, 우람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듯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길이다. 너무 아름다운 장면을 그냥 놓칠 수 없다.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새 일행을 찾을 수 없다. 잠시 한눈만 팔면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사람들이다. 부랴부랴 뒤쫓았다. 겨우 꽁무니를 따라잡아 같이 갔다.


주택가로 내려와 23번 국도로 나왔다. ‘안녕히 가십시오, 경기도 성남시’ ‘어서 오십시오, 서울시 강남구’ 이정표가 마주 보고 있다. 세곡천을 가로지르는 세곡교 서울 방향으로 해치상이 서울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세곡동사거리에서 성남송파IC 방향으로 곧장 걸어가서 복정역까지 걸었다. 이번 구간 종점이다. 모처럼 20㎞ 이내로 걸었지만 그래도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다.

한성 백제의 혼 서린 ‘위례’
선사 주거유적지 거쳐 ‘끝’

[  10구간   ]
복정역~장지천~장지근린공원~천마산~새우고개~일자산~명일근린공원~샘터근린공원~고덕산(매봉)~암사선사주거지~광진교~광나루 29.5㎞


오전 9시30분 복정역에 모였다. 서울시계종주 마지막 구간은 지난번 9구간을 조금 줄여서 마치는 바람에 약 30㎞ 가까이 된다고 했다. 가야 할 거리에 중압감을 느꼈는지 모두 줄행랑치듯 갔다. 복정역 1번 출구로 나와 장지천으로 걸어 올라갔다. 장지천 주변은 온갖 야생화가 만발했다. 걷기 편하도록 타탄트랙도 깔아놓았다. 야생화 즐길 정신도 없다. 오로지 걷기에 일념이다.


이번 구간은 야트막한 산에 조성한 근린공원과 주택가, 들판을 가로질러 선사주거지를 거쳐 한강을 지난다. 특히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산성을 남북으로 멀찌감치 쳐다보고, 또한 선사시대 주거지를 스쳐 지나가는 의미 있는 구간이다.


장지천이 끝날 즈음 대단위 아파트 단지 뒤편에 조성된 장지근린공원으로 들어간다. 운동시설과 휴식처를 갖춘 아담한 공원으로 꾸며놓았다. 정원엔 들국화 같은 야생화와 양귀비꽃이 만발해 있다. 꽃들이 울긋불긋 서로 자랑하는 듯하다.


공원을 지나자마자 서울외곽순환도로 바로 옆길로 합류한다. 도로는 방음벽으로 둘러쳐져 있지만 워낙 달리는 차들이 많아 소리는 그대로 들린다. 소음 때문인지 방음벽 안으로는 은행나무와 소나무를 3중으로 심어 놓아 가로수 사이로 두 개의 길이 나 있다. 이 길도 제법 운치 있는 길이다.


▲ 강동그린웨이 못미처 누에머리공원 끝 지점엔 시민들을 위해 분수대를 운용하고 있다.

천마산은 임경업 장군 전설 지녀
서울시계는 외곽순환도로 반대편으로 가야 하지만 군부대 통제구역으로 통행이 쉽지 않아 외곽순환도로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반대편 지역은 위례 신도시 조성예정지이기도 하다.


위례성은 한성 백제 초기의 도읍지인 곳이다. 백제의 건국은 기원전이므로 20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지닌 성이다. 서울 수돗물의 이름인 ‘아리수’도 위례와 관련 있다. 
위례 명칭 유래에 대한 3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한강을 뜻하는 ‘아리수(阿利水)’·욱리하의 아리·욱리에서 어휘변화를 일으켜 위례가 됐으며, 모두 크다는 뜻이다.


둘째로 백제에서 왕을 가리키는 어라하(於羅瑕)의 어라가 위례의 기원이고, 곧 왕성이라는 뜻이다. 셋째는 ‘우리’, 즉 울타리에서 기원했는데, 그 뜻은 성곽·성책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위례는 한강과 성곽, 왕 등과 관련이 있는 말이다.


외곽순환도로 따라가는 길을 벗어나 거여동사거리에서 거여동 방향 오른쪽으로 틀었다. 여기서 남한산성 등산로 입구인 만남의 장소까지 줄곧 가면 된다. 서울시계를 충실히 따르기 위해 중간에 국방과학연구소 서울 제2 기술연구본부로 우회했다가 나오는 길도 있다.


만남의 장소는 등산객, 일반인 구분없이 북적거린다. 서울시계는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고 왼쪽 신명실업고교 방향, 즉 천마산으로 가는 길이다. 빌라 등 주택가를 지나 은빛 천사의 집에서 야트막한 천마산 등산로로 올라선다.


천마산이 송파구 마천동과 하남시 간의 경계를 이룬다. 정상이 GPS로 151m밖에 안되는 구릉지이지만 그래도 임경업 장군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병자호란 때 천마산에서 용마가 나와 임경업 장군이 그 말을 타고 개농리에서 갑옷을 꺼내 입고 투구봉에서 투구를 쓴 뒤 전장에 출전했다고 전한다. 주변 일대에 산이 없어 얕은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확 트였다. 정상엔 산불감시탑이 있어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천마산 맞은편엔 남한산성 자락인 금암산이 지척에 있다. 성곽은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밑에 있는 골프장의 골프 치는 모습까지 눈에 들어왔다.


▲ 왼쪽)범바위산에서 내려오면 세곡3교를 지나 서울과 성남의 경계를 알리는 해치상이 있다. 오른쪽)시계종주 마지막 출발지점인 장지천 위의 장지교를 종주팀이 지나고 있다. 장지천 주변엔 다양한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천마산을 내려와서부터 지겨운 주택가와 아스팔트길이 연속된다. 남천초등학교 후문을 지나 개나리어린이집에서 우회전해서 한스세븐빌에서 잠시 구릉지로 올라간다. 누에머리공원 관리사무소로 내려와 거여초등학교 뒷담을 끼고 돌아 고덕동 도로를 따라 나온 뒤 서하남IC 입구 사거리에서 일자산 방향으로 들어간다.


이곳이 강동그린웨이 출발지점이다. 강동그린웨이는 일자산공원에서 출발해서 허브천문공원~길동생태공원~명일근린공원~방죽근린공원~샘터근린공원을 거쳐 고덕산 등산로까지 10㎞가 넘는 길로서, 구청에서 직접 조성한 걷는 길이다.


강동그린웨이 일자산공원 첫 쉼터엔 한국생활안전연합에서 서울시 보행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강동구가 걷기에 최적’이라는 발표를 커다란 이정표에 붙여 놓고 있다.
일자산은 강동구 둔촌동과 하남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높낮이가 거의 없이 일자처럼 생겨 이름 붙여진 야산이다. ‘강동구가 걷기에 최적’이라는 이정표 바로 옆에 둔촌동의 유래에 대한 안내판도 있다.


‘이집(李集·1327~1387) 선생은 고려 말에 등용된 대학자로 이색, 정몽주, 이숭인 등과 더불어 절개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공민왕 17년(1368) 신돈의 실정탄핵을 계기로 신돈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일시 은거하였던 것으로 전한다. 은거 동안의 고난을 자손 후시까지 잊지 않기 위해 호를 둔촌(遁村)으로 바꾸었다. 현재 둔촌동의 동명 유래는 이집의 호인 둔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동그린웨이는 정말 걷기 좋게 돼 있다. 공원을 빠져나가더라도 차도 옆 인도엔 타탄에 강동그린웨이 표시를 해놓아 걷기도 편하고 찾기도 쉽게 단장했다.


근린공원을 거쳐 고덕산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한강 야경으로 특히 유명한 곳이다. 정상을 향해 가는 오른쪽 한강변에 뵈는 어마어마한 별장은 영화배우 신영균씨의 소유라고 한다.


비릿한 밤나무꽃 냄새가 어디서 난다. ‘아, 그렇지. 밤나무꽃이 필 무렵이 됐구나’ 싶다.


고덕산은 고지봉이라고 하며, 정상은 응봉, 매봉이라고 한다. 정상이라 해봤자 GPS로 해발 100m밖에 안된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서는 한강이 바로 조망되고, 약간의 체육시설이 있어 시민들의 운동과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강동그린웨이 길은 걷기 좋게 단장
지나온 길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서울시 경계를 찾아 지하철 광나루역에서 지난 한겨울 눈 내릴 때 시작한 종주가 이젠 거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 왔다. 한강이 바로 눈앞에 있다. 감회가 새롭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선사주거지로 향했다. 너무 많이 걸어 발바닥이 화끈거렸다. 고덕산 끝자락엔 광릉약수터와 함께 바로 그 옆에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광주 이씨 광릉부원군 이극배의 묘소와 그 후손들의 묘소가 있다. 서울시 문화재 제90호로 지정된 곳이다.


들판을 가로질러 선사주거 유적지에 왔다. 약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 유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밝혀진 신석기 시대의 최대 집단취락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농경문화 시작을 입증하는 한국선사문화 이해에 매우 귀중한 유적이다. 1979년 7월 국가사적 제267호로 지정됐다.


선사주거지에서 토끼굴을 지나 한강 광나루유원지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다. 그러나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걸을 힘도 없다. 길이니까 본능적으로 발이 옮겨지는 느낌이다. 발바닥부터 발목까지 아프기 시작한다. 그래도 끝내야지.


한강 광나루유원지는 지금까지와는 색다른 분위기라 조금 힘이 났다. 석양에 반짝이는 갈대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눈이 부셨다. 아름다운 경관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힘든 것도 잠시 잊었다. 이정표가 하나 보였다. ‘암사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고 적혀 있다.


한강 연안에 형성된 퇴적부에 독특한 육상 및 연안 생태계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가설명을 하고 있다. 수변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버드나무 군락과 갈대 군락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일부러 그 옆으로 한참 걸었다.


이젠 마지막 광진교로 올라갔다. 이 다리만 건너면 서울시계종주 끝이다. 다리 길이는 1㎞가 더 됐다.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다리 중간에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이며 한강 조망지인 ‘리버뷰 8번가’도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리버뷰 8번가에서는 발아래로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마침내 광나루 비석에 도착했다. 무려 30㎞를 걸은 날이다. 태어나서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은 날은 처음인 것 같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하지 않는 이상 이같이 걸을 일은 없을 것 같다.


[ 서울시계종주를 마치며 ]


산전수전 겪으며 1회 평균 20㎞씩 서울시계 한 바퀴 돌아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월 서울시계종주를 거인산악회와 54트레킹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첫 출발지는 아차산 광나루역. 그곳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서울시계를 한 바퀴 돌기로 뜻을 모았다. 모두 두툼한 등산재킷에 모자와 장갑, 마스크까지 완전무장하고 모였다. 아차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등을 차례로 거쳐 갔다.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즉 한 달에 두 번씩 어김없이 걸었다. 애초 대략 140㎞쯤 된다고 한 서울시계종주는 걸을수록 길이가 늘어났다. 5구간부터는 한번 걸을 때마다 보통 20㎞ 이상씩이었다. 무슨 극기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오로지 걸을 뿐이었다. 걷는 사람들에게는 머리 비우고 걷는 게 좋을지 모르지만 이것저것 살펴보고 물어보고 취재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시작한 일정을 그대로 마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바꾸지 못하면 그 상황을 즐길 수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먼저 가서 살펴보고 물어보며 따라붙었다. 그렇게 하기를 10회, 헤맨 거리를 빼고 무려 197.3㎞를 완주하며 취재했다. 1회에 평균 20㎞다. 평지는 1시간에 평균 4㎞, 산길은 2㎞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길, 평지 상관없이 오전 9시 내지는 10시에 모여 출발했다. 저녁 도착시각이 고무줄같이 늘었다 줄었다 할 뿐이었다. 눈 쌓인 산길을 걷기도 하고, 비를 맞으며 하천을 건너기도 하는 등 산전수전 겪으며 무사히 마쳤다.


서울시계종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서울시에서 마침 서울 외사산 트레킹 코스 200㎞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동 용마산, 서 덕양산, 남 관악산, 북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생태 트레킹 코스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외사산 트레킹 코스는 서울시계종주와 중복되는 노선과 우회하는 노선이 반반 정도 된다고 한다. 우회하더라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서울권을 벗어날 때는 다른 시군과 업무협조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작업이 크게 지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계종주를 먼저 마친 입장에서 서울외사산 트레킹 코스를 문화유적지와 아름다운 산수 경관을 찾아 연결한다면 그 어떤 걷는 길보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계종주는 54트레킹동호회와 거인산악회가 없었다면 아마 원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끝까지 동행해 준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튼튼한 내 다리에도 감사할 뿐이다.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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