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실전 종주 요령
‘길은 단 하나, 물을 건너지 않고 마루금만 밟으며 가야 한다.’ 백두대간 종주의 명제다.산을 코스나 거리에 상관없이 오르는 일반 산행과는 분명히 구별이 된다.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꼭 그 길로만 가야 하고, 오늘 못 가면 다음번에 가야 한다. 이 명제를 충족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종주자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실전 비법을 터득한다.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한 실전 종주 요령을 모아봤다.
1 모르면 돌아가라
정신없이 걷다 보면 ‘이 길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은 그 느낌이 맞다. 일단 잘못 들었다고 느끼면 지체 없이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게 상책이다. ‘좀더 가보면 답이 보이겠지’하는 생각은 안이한 판단이다. 20분 내려오면 40분을 되돌아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되돌아가면 신기하게 놓친 지점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2 능선 내리막길에서 조심하라
계곡은 올라갈 때, 능선은 내려갈 때가 어렵다. 산 정상에서 내려가면 능선은 여러갈래로 갈라지게 된다. 이때 대간이 아닌 다른 능선을 타면 엉뚱한 곳으로 빠지게 된다. 산 정상에서 내려갈 때는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종주자들이 펴낸 자료에서 독도 주의 구간은 구간 종주를 하기 전부터 몇 번을 검토한다.
3 마루금은 눈이다
지도에 마루금을 긋다 보면 대간을 찾기 어려운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실제 종주에서도 어려운 구간이다. 대부분 능선이 여러 갈래로 갈리거나 아주 가늘게 마루금이 이어져 있다. 따라서 이런 곳은 떠나기 전에 꼭 지도를 확인하고, 산행 중에는 자기 위치를 수시로 파악한다. 또한 자신의 독도 능력을 너무 과신하는 것도 금물이다.
4 물은 생명이다
백두대간 종주는 능선만 따라가므로 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심한 경우 온 종일 샘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샘터의 위치를 지도에 미리 기입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지도상의 파란 줄로 표시된 곳, 계곡 두 개가 만나는 지점에 가면 대부분 물을 구할 수 있다. 아무리 갈증이 나도 비상수는 항상 남겨둔다.
5 환자와 의사 모두 자신이다
종주 중에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저체온증은 종주의 무서운 적이다. 체력이 소진되거나 악천후를 만나 체온이 내려가면 발생한다. 저체온증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일어난다. 종주에 나설 때는 항상 여벌 옷을 준비해 보온에 신경 쓴다. 몸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우선 탈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휴대전화는 필수.
6 표지기를 완전히 믿지 마라
표지기는 종주의 동반자다. 대부분의 구간에는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표지기만 보고 갈 수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앞선 종주자가 잘못 매달아 놓은 표지기만 무턱대고 쫓아가면 엉뚱한 길로 접어든다. 겨울에는 길이 눈에 묻힌다. 이때도 발자국만 쫓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항상 능선을 염두에 두고 걷는 지혜가 필요하다.
7 지름길은 샛길로 통한다
종주의 유혹 가운데 하나가 지름길이다. 산길은 능선 위로 난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7분 능선을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이 있는 곳도 있다. 때로는 계곡을 가로질러 물을 건너가는 지름길도 있다. 하지만 지름길은 대간을 놓치는 길이다. 지름길은 끝이 백두대간과 이어지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만 간다.
8 위험 구간에는 안전 장비도 가져가라
백두대간 구간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내리거나 겨울에는 어려움이 생긴다. 이때는 보조 자일(줄) 등 안전 장비를 챙겨 간다. 위험 구간은 육십령~장수덕유, 추풍령~384봉, 속리산 문장대~눌재, 대야산~블란치재, 은티재~희양산, 이화령~조령3관문, 차갓재~황장산, 망대암산~한계령, 마등령~황철봉이다.
9 비상 식량은 애인하고도 안 바꾼다
일반 등산로보다 험한 백두대간은 에너지 소모가 많다. 또한 길을 잃거나 예기치 않은 일로 산행 시간이 길어지는 게 부지기수다. 이때를 대비해 비상 식량을 항상 챙겨가야 한다. 비상 식량은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열량이 높고 쉽게 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견과나 건어물, 초콜릿, 육포, 미숫가루 등은 종주자들이 선호하는 것들이다.
독도법을 알아야 진정한 백두대간 '산꾼'
독도법 익히기
백두대간 종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독도법이다. 안개나 악천후로 실제 지형을 판가름할 수 없을 때도 지도와 나침반만 있으면 마루금을 따라 갈 수 있다. 하지만 독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엉뚱한 곳으로 빠져들어 시간을 허비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안내하는 산악회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닐 요량이면 몰라도 자신의 힘으로 종주를 하려면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게 독도법을 숙지해야 한다. 최근에는 GPS가 보급되어 독도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렇더라도 독도법을 기본으로 익혀둔다.
독도를 하려면 우선 지도의 기호를 이해해야 한다. 백두대간 종주에는 5만분의 1과 2만5,000분의 1 축척 지도가 가장 많이 쓰인다. 5만분의 1 지도는 2cm가, 2만5,000분의 1 지도는 4cm가 1km다. 지도에 표시된 등고선의 주곡선은 5만분의 1 지도가 20m, 2만5,000분의 1 지도가 10m다. 100m(2만5,000분의 1 지도는 50m)마다 높이(계곡선)를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해놓았다. 다음은 지도 읽기다. 지도상의 등고선 간격이 조밀한 곳은 급경사 지대이고, 넓은 곳은 완만한 곳이다. 바위 지대는 따로 표시되어 있다. 즉 등고선만 제대로 읽을 줄 알면 가보지 않고도 머릿속에서 산세를 그려볼 수 있다. 이밖에도 지형 지물을 표시하는 다양한 기호가 지도 하단부에 설명되어 있다.
알아두면 유용한 요령
독도 요령은 간단하다. 첫째, 지도를 펼쳐 놓고 그 위에 나침반을 놓는다. 둘째,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과 지도의 자북선을 일치하게 맞춘다. 셋째, 가려는 목적지의 방향과 거리를 측정한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반복해서 연습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힘을 못 쓰는 경우가 흔하다. 독도법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있는 현재의 위치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하면 목적지의 방향을 알고 있어도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종주 중에는 항상 현재의 위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걸을 때도 한 손에 지도와 나침반을 들거나 아니면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두고 수시로 확인해야 길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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