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래 소개한 팔공산 올래길내용과 중복되는 것이 많음.
대구올레 팔공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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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을 두루 살펴보고 팔공산 주변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도심을 벗어난 아늑한 마을길과 시골길, 들길, 산길, 계곡길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지난다. 팔공산 동화사, 불로동고분군, 북지장사, 신숭겸장군유적지, 파계사, 왕건의 유적, 우리나라 최고 수령 홍옥사과나무 등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많은 탐방객들이 “대구에 이런 길이 있었나”라고 감탄할 정도다. 그 길이 가을에 접어든 지금 도보객을 한창 맞고 있다.
대구올레 팔공산길은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2009년부터 ‘팔공산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팔공산 언저리에서 각 지역마다 명소를 찾아 8개 코스를 개발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코스는 전체와 연결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오병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장은 “각각 따로 있는 길을 하나로 연결시키기 위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며 “길이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팔공산 능선까지 오르지 않으려 했는데, 전체 길을 연결시키려면 어차피 한 번은 올라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지도상으로는 8개 코스를 연결했지만 아직 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2코스와 6코스, 7코스와 8코스는 현재도 이어 걸을 수 있다. 아마 내년쯤 8개 코스가 완전히 연결된 대구올레 팔공산길을 걸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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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적 제262호 불로동고분군 사이로 대구 팔공산녹색여가 문화센터 박효진 간사와 아카데미 수강생이 같이 걷고 있다. 이곳에는 5~6세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200여 기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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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는 ‘부인사 도보길’이다. 미곡동~팔공와송 갈림길~채씨문중 묘지~~용수교~용수동 당산~부남교~용수동 노인회관~용연서당(경주 최씨 재실)~독불사~신무동 입구~신무마을회관~신무동 마애불~낙엽있는 거리~동화사집단시설지구까지 9.8km에 약 3시간 소요되는 거리다.
5코스는 ‘구암마을 가는 길’이다. 내동버스 정류장~굴다리~내동 보호수~추원재~성재서당~미대동 들녘~구암마을까지 7.5km에 3시간가량 소요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 박효진 간사가 첫째 날 2코스와 6코스를 안내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진선아 간사가 7코스와 8코스, 1코스와 4코스를 각각 하루 종일 안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각 코스를 번호순으로 소개한다.<80~81p 사이 원색부록지도 참조>
▲ 1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1코스 | 북지장사 가는 길
한국 명시들 시인 본인 필체로 바위에 새긴 시인의 길
시인의 길에서 출발해서 방짜유기박물관~도장마을~북지장사 솔숲~북지장사까지 가서 다시 돌아온다. 왕복 5km에 약 2시간 소요된다.
백안동삼거리에서 동화사시설지구로 가다 도장교에서 방짜유기박물관 방향으로 들어간다. 다리를 넘자마자 바로 1코스 출발점이다. 길옆엔 기이한 돌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윤동주·고은·김지하·서정주·이상화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대표시들을 본인의 필체로 그대로 바위에 새겨 전시하고 있다.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시비뿐만 아니라 남근석까지 별의별 바위가 다 있다. 진선아 간사는 “이곳을 지나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 매우 좋아하는 바위”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명 ‘시인의 길’이라고 명명된 거리다.
시인의 길은 평생 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살아온 돌 수집가 채희복씨가 20여 년간 고서점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국내 시인들의 육필시 가운데 23편을 선정해 바위에 새겼다고 한다. 시인의 필체 그대로 바위에 새겨진 시들이 가을을 맞아 더욱 감상적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길이 끝날 즈음엔 전국 유일의 방짜유기박물관이 커다란 주차장과 함께 방문객을 맞는다. 방짜유기는 놋그릇을 말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유기장 이봉주옹이 평생 제작하고 수집한 방짜유기 275종 1,489점을 대구시에 기증한 것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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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인 마을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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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마을은 방짜유기박물관에서 바로 위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대구에서는 ‘범죄없는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부터 호젓하게 걷기 좋은 솔숲이 시작된다. 솔숲 사이 군데군데 쉴 만한 바위도 많아 걷다가 힘이 들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솔숲 따라 1km 남짓 30여 분 가면 북지장사가 나온다.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외길이다. 북지장사엔 보물 제805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 앞 안내문에 의하면 북지장사는 신라 소지왕 7년(485)에 극달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절로, 주변에 고려시대 이전의 유물인 건물지, 기단, 석탑 등이 있다. 이 건물은 지장전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원래의 대웅전이 불에 타버려 대웅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립연대는 조선 인조 원년(1623)으로 정면은 한 칸이며, 측면에는 퇴칸을 달아 조선시대 중기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다. 내부는 정자의 가구모습과 유사하며, 불전의 가구로서는 특이한 예라고 한다.
북지장사는 팔공산의 최고 명당 터로 알려져 있다. 북지장사의 노스님은 “팔공산이 왜 생겼냐 하면 지장사를 만들려고 생겼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터가 좋다는 얘기다.
북지장사가 1코스 마지막 지점이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아직 없다. 이곳부터 갓바위를 거쳐 팔공산 정상으로 가는 길도 있으나 힘든 난코스다.- ▲ 2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2코스 | 한실골 가는 길
왕건의 숨결 느껴지는 유적 즐비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 한실골 가는 길~쉼터~소원만디(언덕)~전망대~용진마을~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파계사까지 약 11km에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2코스는 신숭겸장군유적지가 출발지다. 신숭겸 장군은 고려 개국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고려 개국의 일등공신일 정도가 아니라 왕건을 대신해서 장렬히 전사한 장군이다. 신숭겸 장군이 왕건과 함께 신라를 치고 돌아가던 중 후백제 견훤과 ‘공산전투’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견훤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처한 왕건을 대신해서 신숭겸 장군이 왕건을 가장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그 장소다. 왕건은 그 틈을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팔공산 언저리에 신숭겸 장군유적지와 사당 등 신숭겸 장군을 추모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뿐만 아니라 왕건과 관련된 지명도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왕건이 그의 군사들에게 게으르지 말고 경계하라는 뜻의 ‘무태(無怠)’라는 지명이 있고, 견훤을 피해 달아난 산인 ‘왕산(王山)’, 도망가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쉬었다는 ‘일인석(一人石)’, 고려 군사가 패하여 군사를 해산시켰다는 ‘파군재(罷軍峙)’, 왕건이 혼자 앉아 보았다는 봉무동의 ‘독좌암(獨坐岩)’, 도망가다 잠시 얼굴을 풀었다는 ‘해안(解顔)’, 사지에서 벗어나서 하늘을 보니 달이 뜬 한밤중이라서 ‘반야월(半夜月)’, 그리하여 마음을 놓았다는 ‘안심(安心)’ 등도 이에 해당한다. 4코스에 나오는 시랑리도 나무꾼이 왕건을 잠시 보았다가 잃어버렸다, 즉 실왕(失王)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팔공산에서 1000여 년 전의 왕건을 다시 만난다. 왕건이 다녔음직한 그 길은 지금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능선 사이 임도가 잘 닦여 평일인데도 걷는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주민이 이용하는 쉼터와 이동식 화장실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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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코스 신숭겸유적지 내에서 관람객이
- 신숭겸 장군을 기리는
- 표충단을 바라보고 있다.
- 2 2코스 거의 끝 지점에 나오는 부부나무.
- 묘하게도 한쪽 나무는 몇 개의 구멍이
-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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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확 트인 능선 위로 올라섰다. 일명 내동 정상이라고 한다. 체육시설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다. 평평한 능선 임도길로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저 멀리 능선 중앙에 팔공산 정상 비로봉이 보인다. 그 옆으로 동봉과 서봉이 비로봉을 감싸고 있는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대구올레길과는 별도로 동구청에서 조성하고 있는 ‘왕건누리길’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응해산 정상 밑으로 난 임도로 따라 다시 내려간다. 마을로 접어들자 과일나무들이 좌우로 즐비하다. 감나무, 복숭아나무, 대추나무 등이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있다. 한가롭게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마을길이다. ‘팔공 전원마을’이라는 이정표도 보인다.
길 따라 곧장 가면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가 나온다. 생가는 용진마을에 있다. 용진마을은 신령스러운 용이 살다가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용지라는 연못이 있다. 그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점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마을길을 따라 1.5km쯤 더 가면 부부나무가 다정하게 자라고 있다. 수백 년은 족히 된 듯 보인다. 옛날 마을 당산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박효진 간사가 덧붙였다. 나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니, 한쪽은 유달리 구멍이 많이 나 있다. 그 나무가 암나무인 것 같다. 정말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어 양어장을 거쳐 파계삼거리 버스 종점까지 팔공산 순환도로로 따라 간다. 여기서 조금 가파른 산길로 파계사까지 올라간다. 파계(把溪)는 물줄기를 잡는다는 의미다. 원래 절 주위에 아홉 갈래나 되는 물이 흘렀는데, 땅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절 아래 연못을 파고 물줄기를 모았다고 한다.
파계사가 2코스 끝지점이다. 2코스도 마찬가지로 원점회귀가 안 돼 그대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 3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 4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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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평광동 사과나무밭 사이로 팔공산녹색여가 문화센터 진선아 간사와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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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코스 | 평광동 왕건 길
한국 최고령 홍옥나무가 있다
평광동 입구(효자 강순항나무)~평광초등학교~평광지~모영재(신숭겸장군유허비) 왕복~재바우농원(우리나라 최고령 홍옥나무)~첨백당(광복소나무)~평광동 버스 종점까지 약 7.5km에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도 2코스와 마찬가지로 왕건과 신숭겸 얘기가 얽힌 코스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나라 최고령 홍옥사과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구라고 하면 한때는 으레 사과를 떠올렸는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어느 덧 사과생장 북방한계선이 경기도 고양까지 올라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유일하게 대단위 사과밭이 남아 있는 평광동에 들어서자마자 마을입구 도로중앙에 커다란 왕버들이 길손을 반긴다. 수령 200년을 훌쩍 넘긴 나무다. 강순항은 조선시대 실존인물로 어릴 때부터 효행이 지극했다고 전한다. 조정에서는 그의 효행을 기려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게 하고자 마을 입구에 있는 왕버들나무를 ‘효자강순항나무’라 명명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조그만 개천이 흐르고 있다. 실왕천 혹은 시랑천이라 부르는 개천이다. 바로 나무꾼이 왕건을 보고 찾지 못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그 곳이다. 주민들은 마을길 자체에 ‘왕건임도’라고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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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코스에 있는 신숭겸장군 유허비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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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온통 사과나무로 뒤덮여 있다. 사과나무는 사과를 따기 수월케 가지를 밑으로 묶어 내린다. 늘어진 가지는 기이한 모양을 한 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향긋한 사과 내음을 맡으며 그 사이로 지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길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진선아 간사는 “4코스는 사과꽃이 피는 4~5월과 수확을 하는 9~11월에 걷기 딱 좋은 길”이라고 추천했다. 4월에는 흩날리는 사과꽃잎과 향기를 맡으며 걷고, 10월 전후엔 빨갛게 익은 사과를 보며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낭만이 넘치지 않나.
마을 중간 중간에 효자(열)비도 세워져 있다. 효자효녀가 넘쳐나는 동네답게 마을 분위기도 차분하다. 사과밭에는 수확을 앞두고 농부들이 사과밭에서 작업하느라 여념이 없다.
매년 신숭겸 장군 제사를 지내는 모영재(慕影齋)에 도달했다. 그 뒤로 약 5분 거리엔 신숭겸장군유허비가 있다. 후손들이 신숭겸 장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찾고 있는 곳이다.
내려오는 길에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가 솔숲 사이로 들린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팔공산 언저리라 자연의 소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따따따따다~따따따따다~”하고 연속으로 쪼고 있다.
다시 돌아 나와 광복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광복소나무는 효성이 지극한 선비 우효중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서 후손들을 교육하기 위해 세운 첨백당 바로 앞에 있다. 우효중의 후손들이 광복을 기념해서 식수한 소나무인 것이다.
그 뒤로 우리나라 최고령 홍옥사과나무가 있는 재바우농원이 있다. 재바우농원엔 2009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홍옥사과나무와 뉴턴의 사과나무로 불리는 켄트의 꽃(Flower of Kent) 품종의 사과도 보인다.
4코스도 이곳이 끝이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100m 정도만 내려가면 대구 시내에서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 종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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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올레 팔공산길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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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 6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6코스 | 단산지 가는 길
고분군 안에 들어서면 천오백 년 전 과거로 돌아간 듯
불로동고분군 공영주차장~고분군 순회~경부고속도로 굴다리~영신초중고 입구~단산지~만보산책로~봉무동마을길~강동새마을회관까지 6.8km에 3시간가량 걸린다.
불로동고분군과 단산지로 대표되는 길이다. 불로동(不老洞)도 왕건과 관련된 지명이다. 왕건이 견훤에게 패하여 홀로 피하다가 이 마을에 이르니, 어른들은 피난 가고 ‘늙지 않은’ 어린아이들만 남아 있어 불로동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출발지는 불로동고분군 주차장이다. 널찍한 주차장에 정자도 마련돼 있다. 걷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하는 공간 같다. 한쪽에서는 지금 한창 걷는 길을 박석으로 포장하느라 공사 중이다. 박효진 간사는 “고분 사이로 걸을 땐 마치 삼국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고분과 일체감이 됐는데, 박석 위로 걸을 땐 방관자적, 객관적 입장에서 고분을 바라보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일체감을 느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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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자나무가 담벽 역할을 하고 있는 6코스 마을길을 박효진 간사 등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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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공사장을 지나 고분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박 간사가 얘기했듯이 정말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고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크기도 왕실의 고분만큼 큰 것들 수백 개가 불룩불룩 솟아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말,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다. 조성연대가 5~6세기로 추정되는 불로동고분군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현재 이곳에는 크고 작은 200여 개의 삼국시대 무덤이 얕은 두 갈래 구룡의 중앙을 따라 퍼졌다. 반원형 봉토를 이루고 있는 무덤의 지름은 대체로 15~20m이다. 주검을 넣은 곳은 냇가의 돌 또는 깬 돌을 이용해 네 벽을 쌓고 시신을 넣은 후 판판하고 넓적한 돌로 뚜껑을 덮은 위에 자갈을 얹고 흙을 덮었다. 이곳에서는 묻힌 사람의 뼈가 흔적으로만 발견되기도 했으며, 말 그림이 새겨진 그릇의 뚜껑, 말재갈, 말의 가슴이나 궁둥이를 장식하는 치레거리, 화살촉 등이 껴묻거리로 발견됐다. 특히 지금도 제사를 지낼 때 상에 올리는 상어의 등뼈가 발견됐다. 이러한 큰 무덤들은 대구의 달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과 함께 불로동 지역에도 매우 큰 지역 세력이 살았음을 알려주는 증거물이라 할 수 있다.’
고분 사이로 난 길 주변엔 야생화 개망초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 길손을 맞고 있다. 박 간사는 “사적 제262호인 불로동고분군은 사계절 내내 다른 색깔의 야생화들이 피어 길손들을 지겹지 않게 한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울긋불긋 핀 야생화들이 겨울이 오기 전 맘껏 제 색깔을 뽐내는 듯했다. 억새도 간혹 군락을 이뤄 가을 분위기를 더했다. 고분과 마을 사이의 공간엔 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우거져 방패막 역할을 했다. 고분군 끝 지점엔 201호기라고 적힌 고분이 나왔다. 아마 이곳의 고분이 전부 201기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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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무공원이 있는 6코스 단산지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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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동고분군이 끝나고 경부고속도로 고가 밑으로 난 길을 건너자마자 다시 봉무동고분이 나왔다. 이 동네는 완전 고분동네 같다. 안내문에는 ‘동서 600m, 남북 300m 넓이에 약 132기의 고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길은 그 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영신초중고교를 거쳐 단산지(丹山池)가 있는 봉무공원으로 접어들었다. 단산지는 붉은 흙이 나오는 마을의 이름을 따서 불렀다. 저수지 모양이 꼭 손가락같이 생겼다. 한 바퀴 도는 코스 길이가 3.9km로 주민들이 산책로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엔 생태학습관·무궁화원·나비생태원 등과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돼 있다. 저수지 주변은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 여름에도 걷기 좋을 듯했다.
단산지가 끝나는 지점부터 산길로 연결됐다. 중간 이정표에 ‘만보산책로’라고 나온다. 아마 이 구간에서는 만보산책로와 대구올레 팔공산길이 중복되는 듯했다. 동네 뒷동산 같은 능선을 지나 다시 마을길로 내려가는 길도 정취가 있다. 밭이나 길 주변 담장이 전부 탱자나무로 엮어 있다. 탱자나무 가시 사이에 노란 탱자가 여기저기 달려 있다. 그 끝지점에 6코스 시종점인 강동마을회관이 나온다. 버스 종점이기도 한 곳이다.
▲ 7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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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코스 | 폭포골 가는 길
숲속에서 사색과 명상하라고 이름도 상상골
동화사 입구 버스정류장~탑골등산로~깔딱고개~상상골~동화사 경내~폭포골 가는 길~폭포골 왕복~동화사 봉황문~동화교 버스정류장까지 8.1km에 약 3시간 소요되는 거리다.
7코스는 동화사 집단시설지구 분수대가 시종점이다. 급행1·팔공1번의 버스 종점이기도 한 곳이다. 탑골등산로로 올라가는 길 주변으로 많은 야영장이 여름철 더위를 피해 묵었던 흔적을 대변하는 듯했다. 진선아 간사는 “여름철 날씨가 더워 아예 이곳에서 야영을 하고 바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탑골등산로에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200여 개의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이 다소 가팔라 흔히 ‘깔딱고개’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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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 제1563호인 동화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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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우거져 온갖 새들이 얼굴을 감추고 지저귀고 있다.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다. 숲속을 걷다보면 본인도 모르는 순간 명상의 경험을 하게 된다. 숲이 우거질수록 특히 그렇다. 고도 610m의 깔딱고개를 넘어 마침 상상골이 나왔다. 숲속에서 사색과 명상을 하라고 이름도 상상골로 붙였다. 상상골이라기보다 사색의 숲이라 해도 괜찮을 성싶다.
길은 부도암을 거쳐 동화사까지 계속된다. 동화사는 오동나무와 연관이 있어 오동나무 동(桐)자를 쓴다. 봉황이 오동나무에만 둥지를 틀거나 알을 낳는다고 해서 동화사라고 붙였다고 한다. 동화사 뒤에 지금도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다. 높이 33m나 되는 통일대불상도 보인다.
이젠 팔공산 신령재로 올라가는 폭포골로 길은 연결된다. 옛날 사용하던 등산로다. 탑골 등 여러 등산로가 개통되면서 폭포골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훨씬 줄었다고 한다. 오히려 호젓해서 더 좋다. 진한 보라색 꽃을 뽐내는 야생화 꽃향유가 길옆에서 길손들을 유혹하고 있다. 불상은 아니지만 바위 위에 넓적한 바위가 갓같이 올라 있는 바위도 눈에 띈다.
골짜기는 폭포라기보다는 개울보다는 조금 더 큰 물줄기가 계속 흐른다. 물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곳도 명상을 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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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코스 반환점에 나오는 폭포골에서 작은 폭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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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웬 산장 같은 건물이 한 채 나온다. 진 간사는 “등산객들 사이에 귀곡산장으로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집 안으로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된 듯하다. 원래 이곳엔 여러 민가가 있었지만 전부 철수하고 황폐화됐다고 한다.
폭포골등산로 반환지점에 도착했다. 폭포골 중에 가장 폭포 같은 물이 여러 갈래서 모여 흐르는 곳이다. 그런대로 운치도 있다. GPS상으로 고도 652m다. 쉬어갈 만한 바위 공터도 있다. 등산객들도 신령재 가기 전에 한 번쯤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잠시 쉬면서 문득 ‘길이 뭘까’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의 길은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길이 사람으로 하여금 사색하게 하고, 집중하게 하고 치유까지 해주는 도구로서 각광받고 있다. 길의 엄청난 진화가 느껴진다.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가 동화사 일주문 매표소로 향한다. 일주문 바로 앞에 마애불좌상이 바위벽에 새겨져 있다. 보물 제243호다. 불자들이 연신 기도를 하고 있다. 이곳이 7코스 마지막 지점이다. 급행1번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아래 있다.
- ▲ 8코스 지도(월간산 특집원색지도)
8코스 | 수태지 계곡 길
초조대장경 판각한 절 지나
동화사집단시설지구 버스종점~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수태지~너럭바위~벼락 맞은 나무~부인사~동화사집단시설지구 버스종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약 8km에 3시간 남짓 소요.
팔공산순환도로를 거쳐 팔공산 정상 비로봉 올라가는 가장 짧은 코스인 수태골과 벼락나무, 부인사로 대표되는 길이다. 8코스는 7코스와 연결이 가능하다. 단풍이 내려앉은 길을 따라 팔공산걷기대회가 열리는 팔공산순환도로로 조금 내려간다.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가로수로 길게 늘어서 있다.
1km 남짓 순환도로로 내려가면 수태지가 나온다. 수태지에선 팔공산 정상 비로봉과 이를 양쪽으로 감싸고 있는 동봉과 서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수태지와 삼일미나리농원을 끼고 바로 수태골로 오른다. 수태지계곡길이 기다리고 있다. 수태(受胎)의 유래는 불임의 여자가 아기를 갖게 해달라고 이곳에서 기도를 올린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해서 수태골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항상 계곡에 물이 넘쳐 여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위로 조금 올라가면 자연생태계보호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수영과 취사·야영이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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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코스 하산길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져 항상 그늘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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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방향을 서남쪽으로 살짝 틀어 능선으로 올라선다. 8코스 반환점이기도 한 지점이며 고도는 600m 내외 정도다. 길 위엔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나무들이 겨울맞이에 들어간 느낌이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할 잎들을 털어내고 가지만으로 무던히 견딜 태세다.
반환점을 돌아 올라선 능선에서 조금 내려오면 벼락 맞은 나무가 등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일명 벼락나무라 한다. 하나의 밑동에 두 개의 큰 줄기가 자랐으나 한 줄기는 벼락을 맞아 속이 텅 비어 있고, 다른 줄기는 아직 생명력을 뽐내며 여러 줄기를 내고 있다. 텅 빈 줄기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큰 공간을 지니고 있다. 등산객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는 곳이다.
하산길은 무성한 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다. 시원한 계곡과 함께 여름 걷기길로 제격이지 싶다. 외길로 1km 정도 하산지점에 부인사가 있다. 동화사의 말사인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632~647) 때 창건한 절로 전하지만 정확한 창건연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절 안내문에는 판각 1000년을 맞은 초조대장경을 판각한 곳이라고 적고 있다. 주변에서는 초조대장경 유물을 찾느라 이리저리 파헤친 상태다. 제발 한 조각이라도 찾아 역사적 사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부인사에서 8코스 시종점인 팔공산순환도로까지는 불과 200m남짓이다. 이곳에서 급행1번과 팔공1번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교통 대구까지 가는 교통편은 승용차나 고속버스, KTX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갈 수 있다. 대구올레 팔공산길을 탐방하기 위해선 일단 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053-985-8030)에 문의하거나 방문하는 게 좋다. 센터 바로 옆에 6코스 불로동고분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각 코스의 대중교통편도 센터에 문의하면 자세히 알려 준다.
숙박(지역번호 053) 동화사집단시설지구에 많은 숙박시설과 식당이 있다. 산 언저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는 단연 곤드레밥 등과 같은 산채식일 것이다. 대구 지정 향토음식점 지정 1호점인 산중(982-0077)은 곤드레밥과 도토리보쌈세트 같은 산채식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숙박시설은 주변 호텔과 모텔 등이 많다. 유스호스텔(985-8000)도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명소는?
1위 갓바위, 2위 팔공산, 3위 팔공산순환도로
‘대구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뭐냐?’고 대구시에서 대구 시민과 일부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몇 년 전 설문조사를 했다. 1위가 갓바위, 2위가 팔공산, 3위가 팔공산순환로 순으로 나왔다. 대구올레 팔공산코스는 팔공산과 팔공산순환로는 지나지만 팔공산 한 봉우리 정상에 있는 갓바위는 지나지 않는다.
팔공산 갓바위는 기도처로 유명한 곳이어서, 매일 전국에서 기도하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 특히 수능을 앞두고는 갓바위 기도처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 대구올레 길을 닦은 녹색여가문화센터 오병현 센터장은 “대구올레 팔공산길을 전부 연결시키기 위해선 어차피 팔공산 능선을 한 번 올라야 할 것 같다”며 “현재 둘레노선은 대충 윤곽은 잡았지만 아직 확정단계가 아니고, 어디로 올라설지 이용객 입장에서 최대한 고려해서 최종노선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의 대표적인 명소인 갓바위는 팔공산 남쪽 해발 850m의 관봉(冠峰) 정상에 위치한 통일신라시대의 석불 좌상으로 전체 높이가 4m에 이른다. 관봉이 우리말로 ‘갓바위’이므로 갓바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석불상 머리 위에 두께 15cm 정도의 판석을 갓처럼 쓰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갓바위는 지성으로 기도하는 사람의 소원 가운데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는 소문으로 이른 새벽부터 치성객들로 줄을 잇는다. 특히 초하루나 입시철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며, 새해에는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보물 제431호인 갓바위 불상은 신라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638년(선덕왕 7)에 조성한 것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전체적 양식으로 볼 때 8~9세기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대구의 2번째 명소인 팔공산은 원래 공산(公山)으로 불렸다. <세종지리지> 대구군편에 ‘공산은 해안현 북쪽 11리 거리에 있다. 신라 때에 부악(父嶽)이라 일컫고, 중악(中嶽)에 비겨 중사(中祀)로 삼았는데, 지금은 수령으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와 같이 아직까지 개천절에 제사를 지내는 유서 깊은 산이다.
공산이 팔공산이라고 바뀐 유래는 몇 가지가 전한다. 왕건의 여덟 명의 장군이 순사했다는 설과 동화사에 팔간자를 모셨다는 설, 군위·경산 등 여덟 고을에 걸쳐 있기 때문이라는 설, 중국의 팔공산에서 따왔다는 설, 원효가 중국 승려 8명을 득도시켰다는 설, 3명의 성인과 5명의 깨우친 자가 났다는 설 등이 있다.
팔공산을 둘러가는 팔공산순환도로는 가을이면 단풍으로 완전 뒤덮인다. 시에서는 단풍을 아예 치우지 않고 단풍축제로 발전시켜 많은 시민들이 즐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이면 고도가 높아 차들이 올라가지 못하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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