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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재.고개" 이름들

뱃재(강원도 홍천)

by 그린 나래 2010. 12. 17.

 

뱃재 828m

 

뱃재는 4백리 거리의 홍천~양양으로 이어지 56번 국도에서 구룡령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령(嶺)으로,

서석(瑞石)을 지나 마냥 시골길을 달리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령이다.

별로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주변 지대가 워낙 높은 탓인지 해발 828m나 되는 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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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재를 발음해보면  "배째"라는 소리로 들려 "배째라 배째"라는 어거지 귀절을 저절로 떠올리게한다.

옛날 이 지방에는 오리나무, 피나무, 팽나무 등이 특히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목기(木器)들과

함께 배틀(옛날 가정에서 사용하던 선직기(線織機)인 베틀의 사투리)을 특히 많이 만들어 팔았다 한

다. '뱃재'란 이름은 거기서 나왔다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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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면과 내면(內面)의 면계(面界)에 놓인 뱃재는  동서 양쪽이 모두  수십 구비씩 만을 가진 평범한

령(嶺)이지만,  동쪽 기슭에 있는 박정열(朴貞烈) 여사의 기념비가  눈길을 모은다. 폭설이 쏟아지는

어느 추운 겨울날 갓난 아기를 업은 박 여사는 버스 삯이 없어  이 재를 걸어서 넘어야 했다.  제주도

로 벌이를 나간 남편으로부터는 오랜동안 소식이 없었고,  워낙 가난했던데다가  영양실조까지 걸린

상태에서  이 고개를 넘다가  심한 폭설을 만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박여사는 길가에 쓰러져

목숨을 거두었다.  새벽에 사람들이 시체를 발견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는 엄마 등에 업힌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한다. 동네 사람들이 시체를 거두고 이 곳에서 애처롭게 죽어간 박여사의 기념

비를 세운 것이다.  그 기념비 옆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강릉과 양양으로 갈라지는 창촌리(蒼村里)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